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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미콘업주들, “노조는 절대 인정못해”


검찰이 레미콘사업주연합회 유재필 회장을 소환하는 등 레미콘업계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가운데, 레미콘업주들이 특정사실만을 강조하거나 중대한 사실관계를 빠트린 채 각 인권․사회단체에 공문을 보내 ‘억울하다’고 강변하고 있다.

유진레미콘은 지난 8일 총괄사장 김춘수 명의로 인권운동사랑방, 다산인권센터, 민중연대 등 사회단체들에 공문을 보내 “4개월여 동안 파업중인 전국 건설운송노동조합(위원장 장문기, 아래 레미콘노조)은 노동조합이 아니라 개인사업자 단체”라며 “대법원도 이들을 ‘근로자로 볼 수 없다’고 판결한 바 있다”고 주장했다. 유진레미콘은 또 “영등포구청이 형평성과 합리성을 도외시한 행정처리로 레미콘노조에 설립필증을 교부했다”고 주장했다. 대법원 판결까지 들먹이는 레미콘사업주들의 주장은 “‘레미콘 차량을 소유해 돈을 버는 개인사업자’이기 때문에 ‘노조탄압 운운’하는 노동조합의 주장은 잘못됐”으며 자신들이 억울한 누명을 쓰고 있다고 강변하는 것이다.

이에 대해 법무법인 다산 김칠준 대표변호사는 “97년 대법원의 판결은 퇴직금 청구 소송에 관련한 근기법 상의노동자 지위만을 판단한 것일 뿐”이라며 “레미콘노조 파업의 최대 쟁점인 노동자성․노조인정 여부는 노동조합법에 관련한 것으로 유진레미콘 주장과는 본질적 차이가 있다”고 말했다. 즉 유진레미콘이 대법원 판례를 들먹이면서 정작 그 판례가 나온 배경은 언급하지 않아 결과적으로 중요한 쟁점에 대해 사실관계를 왜곡한 것이다.

근기법상 노동자 지위는 ‘동일한 사업장 안에서 임금을 목적으로 한 자들의 임금과 근로시간’을 다투는 문제이기 때문에 적용의 폭이 좁지만, 노동조합법상의 노동자 지위는 ‘사용주와의 종속관계, 지휘체계의 종속관계’를 핵심으로 보기 때문이다. 올해 4월 13일 인천지법 부천지원 민사2부는 이점을 인정해 “(레미콘) 운송차주는 레미콘 업체에 종속된 상태에서 근로를 제공하는 노조법상의 근로자”라고 판결했다. 당시 법원은 △업무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회사의 구체적․직접적 지휘감독을 받으며 △전적으로 특정 사용자에게 노동을 제공한다는 등의 이유를 들어 노동자라고 판단했다.

레미콘 업계의 부당노동행위와 관련해 현재 검찰이 수사중인 사건은 모두 45건. 검찰은 여론에 밀려 유재필 회장을 소환하기도 했지만 아직껏 모호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런 검찰태도에 대해 김칠준 변호사는 “검찰이 근기법상 노동자 지위를 다투는 사건이 아닌 것을 뻔히 알면서도 실질적 사용․종속관계인 레미콘 노동자 문제에 있어 회사측을 편들고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9월 22일 서울 영등포구청이 레미콘노조 설립필증을 교부한 뒤, 부당해고 사건 등에서 지노위, 중노위, 지방법원 등은 ‘레미콘차주가 노동자’라고 일관되게 판단했다. 중노위는 특히 “노조설립신고증이 나온 만큼 회사는 노조의 실체를 인정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