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교육! 무관심은 이제 그만, 국가정책 수립부터
인권교육과 국가의 무관심
“학교는 학생들이 머리를 길러서는 안 된다고 규율합니다. 공부에 방해가 된다는 것이지요. 그러나 어느 누구도 머리 길이와 학습 효과의 상관관계에 대해 제대로 검증한 바 없습니다. 그냥 그럴 것이라 믿고 있기 때문에, 그 믿음들이 그냥 전승되고 있을 뿐입니다. 하지만 학생들 입장에서는 그것이 표현의 자유나 신체의 자유, 또 어떤 경우에는 행복추구권을 심하게 침해당하게 되는 것입니다.”
박현희 교사(서울정보산업고)는 “아무런 검증 없이 강요되는 규율 아래 학생들의 인권이 침해될 때 그 어느 때보다도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느낀다”고 했다. 반면 교육인적자원부(장관 한완상, 아래 교육부) 인성교육 담당직원은 “인권교육은 인성교육과 생활지도 차원에서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 인성교육이 시․도 교육청의 자체 계획 아래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교육부는 인권교육에 대한 책임을 시․도 교육청으로 떠넘기고 있는 것.
유엔은 이미 93년 비엔나선언 및 95년 ‘유엔 인권교육 10년 행동계획(아래 10년계획)’을 통해 인권교육에 대한 국가의 책임을 명시해 왔다. 그러나 한국정부는 아직까지 인권교육을 위한 국가실행계획을 수립하지 못했으며, 교육부에는 인권교육의 전담자조차 없는 실정.
국가인권위법, 인권교육 명시
이런 상황에서 국가인권위법(아래 법)에 인권교육이 적시됐다. 법 제26조는 국가인권위에 인권교육과 홍보를 의무화하고, 인권교육을 위한 협의권을 부여하고 있다. 특히 인권교육에 대해 특별한 이견이 존재할 수 없다는 점에서, 협의권의 실효성은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드디어 인권교육에 대해 국가적 책임을 추궁할 수 있는 주체와 국내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
우선 국가인권위는 교육부 장관과 협의하여 초․중등교육의 교육과정에 인권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킬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인권교육 전담기구의 설치’ 및 ‘인권교육의 정규과목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교육정책에 반영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인권위는 대학 등 각종 고등교육기관의 장과 협의하여 인권강좌의 개설 및 연구를 진행할 수도 있게 된다.
한편 국가인권위는 한국개발연구원 등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협의하여 인권에 관한 연구를 진행할 수 있다. 물론 이때 국가인권위는 법 제19조 ‘국내외 인권단체 및 국제인권기구의 교류․협력’이라는 일반적 규정을 적용하여 국내 인권단체들과의 모색을 도모할 수도 있을 것이다.
종합적인 국가정책수립 절실
최근 경찰청은 경찰인권 비디오를 제작하여 일선 경찰서에 배포하고, 매달 한번씩 인권교육을 실시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경찰인권교육은 외부 강사를 통해 인권에 관한 지식을 전달하는 식. 이에 대해 경찰청 교육계 김선운 경위는 “교육실시 이후 어떤 점에 개선됐는지 구체적으로 평가한 것은 없다”고 밝혀, 경찰인권교육의 실효성을 의심케 했다. 따라서 범죄자, 수형자, 노동자 등에 대한 경찰들의 근본적인 시각교정이 이루어지고 있는 지는 미지수다.
이때 국가인권위는 경찰인권교육의 내용과 방법을 경찰청장과 협의하여 경찰인권교육을 개선할 수 있다. 이를 위해 채용 및 승진시험 등에 인권에 관한 내용을 포함시킬 수도 있다. 한편 이러한 인권교육은 검찰, 교도관 및 군인 등 모든 ‘인권가해집단’에서 공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국가인권위 시대의 인권교육은 학교에 국한되지 않고 사회전반을 대상으로 한다. 이를 위해 무엇보다도 국가적인 정책수립과 이를 위한 법적 틀, 예산, 정부부처의 지원체계가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