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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삼성, 집회방해도 초일류

법원 ‘업무방해’, 눈물 머금고 1인 시위만


"이년아, 1인 시위면 단 줄 알아?" 지난 16일부터 '해고자 원직복직'과 삼성의 '세습경영을 반대'하며 삼성 본관 건물 앞에서 1인 시위를 하고 있는 삼성해고자 가족인 임경옥 씨에게 24일 삼성직원이 다가와 욕을 하며 밀어댔다.

집시법으로도 처벌할 수 없는 1인 시위조차 이처럼 삼성이 오만방자 하게 무시할 수 있는 배경에는 지난해 4월 19일 서울지방법원 민사50부(부장판자 박재윤)가 내린 판결이 있다. (주)삼성생명보험이 해고자 및 삼성해고자복직투쟁위원회(위원장 김성환, 아래 삼성해복투)를 상대로 낸 업무방해금지 등 가처분신청에 서울지법이 손을 들어준 것이다.

98년 5월과 10월에 삼성생명은 3조원 이상의 적자가 예상된다며 고직급, 고연령 등의 여성노동자에게 사직할 것을 강요했다. 심지어 "지금 퇴직하지 않으면 위로금은 물론 퇴직금도 없다"는 둥, "후배보고 미안하지도 않느냐"는 등, 협박 아닌 협박으로 퇴직을 종용, 결국 1,700여명의 여성노동자를 퇴출시켰다.

그러나 그 해 결산 결과 삼성생명은 1천억 원에 가까운 흑자를 냈고, 퇴출기업 삼성자동차 직원을 대거 전입시켰다. 이에 노동자들과 삼성해복투는 99년 5월부터 원직 보직을 요구하며 삼성본관 앞에서 집회와 시위를 시작했다.

이어 삼성생명은 '특정한 구호를 외치거나 업무를 방해할 목적으로 출입을 하는 등의 행위를 금지시켜 달라'고 서울지법에 신청. 서울지법은 이런 신청을 고스란히 받아 들였고 이를 어길 경우 위반행위 1회당 50만원씩을 물도록 결정했다. 이 결정 이후 노동자들은 사실상 삼성 본관 앞의 집회가 불가능해졌다. 결국 노동자들은 어쩔 수 없이 해고자들의 가족을 통해 1인 시위를 하게된 것이다.

한편 지난 3월 9일에는 삼성본관 주변의 상점주인들이 업무방해금지 가처분신청을 했다. 이에 삼성해복투가 상점주인을 찾아가 진정서를 쓰게 된 경위를 조사, 삼성직원이 찾아와 "주변에서 집회를 못하게 해주겠으니 진정서를 써달라"고 요구한 사실을 밝혀냈다. 2년이 넘도록 싸움이 계속되자 삼성이 무리수를 쓴 것. 결국 5월 14일 가처분신청은 기각됐다.

삼성해복투 전영숙 씨는 "우리에게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거냐"며 "우리의 주장을 사회에 알릴 방법을 원천봉쇄 하려는 삼성의 음모"라고 비난했다. 또 "삼성이 족벌세습경영을 위해 노동자를 탄압하고 재산축적을 위해 주가를 조작, 탈세를 하는 등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다"며 "이건희와 이재용을 구속하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