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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구타 계속되면 경찰청 앞에서 자살”

의경, 인터넷에 제보, 탈영․정신과 치료 반복


<속보> “오늘도 개처럼 맞았다. ㅈ○○를 죽여버리고 싶다. 씨발놈들, 중대장도, 서장놈도 다 죽여버리고 싶다. 미치겠다. 어떡하지? 엄마. 엄마.” ‘제발 살려주세요, 제발’이라는 제목으로 지난 13일 행정자치부와 경실련 홈페이지 제보상담마당에 올라온 글의 일부다.

공개된 글에는 수원남부경찰서(서장 황성채, 아래 남부서)에서 벌어진 의경 구타 사건들이 가해자․피해자 실명을 포함해 상세히 서술돼있다. 자신을 ‘수원남부경찰서 방범순찰대 대원’이라고 밝힌 글 게시자는 A4용지 2매반 분량의 게시물에 모두 8건의 구타 사건을 매우 세밀하고 구체적으로 기록하고, 조직적으로 진상을 은폐한다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 글에는 ꡒ구타․학대가 심해 상습탈영 및 정신병자가 속출하지만 형식적인 조사에 그치고 있다ꡓ며 ꡒ구타 근절대책이 마련되지 않을 경우 경찰청 앞에서 분신자살하겠다ꡓ는 등의 내용이 적혀 있다. 이를 본 경기지방경찰청은 수원남부경찰서 방범순찰대에 대해 구타 등의 가혹 행위가 있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ㅈ모(22) 의경은 고참들의 잦은 구타에 못 이겨 지난 4월6일 탈영했다가 귀대, 경찰병원에서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또 ㅇ모(22) 의경도 가혹행위를 피해 5번이나 탈영과 귀대를 반복한 뒤 정신과 치료를 받고 지난해 7월부터 약물 치료를 받고 있다. ㅇ모 의경은 “일상적 구타를 당하지 않았다면 지금 내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지는 않을 것”이라며 탄식했다. 그러나 이들은 입대전에 정신과 치료를 받은 적이 없고, 대학 재학 중 자원입대한 것으로 확인됐다.


구타-탈영-귀대-정신과 치료

게시된 글에 대해 남부서 관계자는 구타 관련 사안은 상당 부분이 사실이라고 시인했으나 진상 은폐의혹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남부서 청문감사관실 관계자는 29일 “인터넷에 글이 올라간 사실을 안 직후부터 IP주소를 추적하고, 구타 사건 관련 가해자․피해자에 대한 진술을 받는 등 내부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 사건에 대한 조사는 현재 마무리 단계에 접어 든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에 대해 다산인권센타 송원찬 소장은 “국민의 인권을 옹호해야할 경찰이 내부적으로는 일상화된 폭력에 노출돼있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며 “이미 보편화 된 것으로 보이는 경찰 내 구타 행위에 대해 정확한 실태를 파악하고 피해자 보호 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송 소장은 또 “경찰내부의 일상화된 폭력은 곧바로 폭력에 대한 무감각과, 습관화를 초래한다”며 이는 “일반 피의자나 집회․시위 참가자들에 대한 폭력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사건 재발 방지를 위해서도 구타 사건에 대한 진상 규명과 관련자 처벌, 그리고 사건 공개자에 대한 신변 보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