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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의경구타 사건 재조사해야 한다


시위진압에 동원되는 의경들이 내부적으로 심각한 구타와 폭력에 시달려 왔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얼마 전 인터넷 제보를 통해 공개된 수원남부경찰서 내 구타사건은 의경 집단 내의 폭력수준이 이미 갈 데까지 간 지경임을 보여준다.

우리가 한가로이 도심을 지나는 동안에도, 도로 옆 전경버스 안에서는 인간 이하의 학대와 구타가 진행되고 있었다는 사실. 그것이 의경들에게는 '일상'이었다는 점에서 이번 사건은 충격적이다. 폭행의 정도가 오죽했으면 탈영하거나 정신과 치료를 받은 피해자가 잇따르고, 한 탈영병은 부대복귀 대신 교도소 복역을 선택했겠는가? 특히 시위진압 작전에 집중적으로 구타가 가해지고, 그렇게 격앙된 상태에서 시위진압업무를 수행케 했다는 증언은 '엽기'에 다름 아니다. 의경들은 시위진압을 위해 '굶주린 사냥개'처럼 사육되고 있었던 것이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폭력이 조직적으로 묵인·은폐되어 왔다는 점에 우리는 주목한다. 인터넷을 통해 공개된 사건은 이미 지난해와 올 4월초에 발생한 일이다. 한 피해자는 다섯 차례나 탈영과 복귀를 반복한 끝에 정신과 치료와 약물치료까지 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수개월간 진실은 은폐되어 왔고, 실상이 탄로나고 나서야 부랴부랴 자체 조사에 나선 게 경찰이다.

1일 경찰이 발표한 후속조치는 그러한 조사마저도 '시늉'이었을 뿐임을 확인케 한다. 구타사실은 인정했지만, 그것이 어떻게 방조·묵인·은폐되었는지에 대해선 일언반구의 해명도 없다. 감독책임자 몇 명을 징계하겠다고 밝혔지만, 언제든 재복귀가 가능한 직위해제일 뿐이며, 그마저도 중대장 이하 하급 지휘관들만 희생시키는 것이었다.

이번 사건은 곪을 대로 곪은 의경 집단 내 폭력문화가 일순 바깥으로 불거져 나온 것이다. 얼마 전 대우차 노동자 폭력진압 사건 역시 같은 맥락이다. 밑둥까지 썩어 문드러진 경찰은 이제 수술대에 올라야 한다. 불행하게도 경찰은 스스로를 치료하고 쇄신할 어떠한 능력도, 의사도 없다는 게 역사와 현실의 가르침이었기에, 민간이 나설 수밖에 없다. 이번 사건은 민간에 의해 전면 재조사돼야 한다. 경찰은 칼자루를 넘기고 순순히 치료를 기다리는 게 마땅한 도리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