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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병역특례자, 배수의 진을 치다

농성 143일 째 멀티노조, 단식농성 시작


“회사의 병역특례취소는 우리의 의사와 무관하게 이루어진 부당한 행위입니다. 우리는 병역특례자로 일하면서 수많은 차별을 당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물러나면 다른 병역특례자들도 이런 차별을 그또 당하겠지요.”

군대에 ‘끌려갈’ 각오까지 하며 단식투쟁을 결의한 병역특례 노동자들이 있다. 20일 현재 농성 143일 째를 맞는 (주)멀티데이타시스템노동조합(위원장 이상호, 아래 멀티노조). 이들은 20일 단식투쟁 출정식에서 병역특례취소철회 등을 요구했다.

멀티노조의 투쟁은 지난 해 11월 24일 (주)멀티데이타시스템(대표이사 이태화, 아래 데이타시스템)이 ‘경영악화, 사업전환’을 핑계로 병역특례를 취소한 때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병역특례가 취소되면 병역특례 노동자들은 최대 6개월 이내에 다른 병역특례업체로 재취업해야 하고, 그렇지 못했을 때는 군에 입대해야만 한다.

당시 멀티노조 조합원 15명 중 병역특례자는 모두 9명. 지난 해 12월 멀티노조는 데이타시스템의 상업등기를 통해 ‘회사의 사업목적이 전환된 바 없고 자본금 상태도 양호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따라서 데이타시스템의 병역특례취소 행위는 명백한 노조탄압이었던 것. 이에 따라 멀티노조는 조합원 총회를 거쳐 2000년 12월 21일부터 농성을 시작, 2001년 1월 5일부터는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다.

그러나 데이타시스템 이대화 대표이사가 “나도 마지못해 회사를 운영하고 있다”는 등 노조와 대화에 전혀 성의를 보이지 않고 있다. 이태화 대표이사는 회사정상화를 위해 노력하기는커녕 장기농성으로 회사의 이미지가 나빠지자, 19일 회사의 이름만을 ‘스타웹’으로 바꾸기도 했다.

노무법인 참터 배동산 노무사는 이에 대해 “노조활동을 못마땅해하며 병역특례를 취소하는 사례가 최근 종종 발생하고 있다”며, “병역특례취소와 같이 중요한 결정을 할 때는 노동자 대표와의 합의에 준하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멀티노조 조합원은 총9명이고, 이중 5명이 병역특례 노동자이다. 이들은 회사의 전향적 치가 없다면 5월 24일 군에 입대해야만 한다. 멀티노조는 21일 국세청과 금융감독원에 멀티시스템의 불법경영을 조사하라는 진정서를 제출하고, 자신들의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단식투쟁을 계속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