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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남대문서, 노동자 격리시킨 채 뭇매

“잘못하면 죽겠구나”는 공포까지 느껴


『“나이도 어린 새끼가 건방지게 까불고 있어!” 「빡!」 누군가가 내 뒷머리를 강하게 내리 때렸다. 그는 곧이어 나를 발로 걷어찼다. 다른 경찰들은 그를 구 부장이라 불렀다. 갑작스런 구타에 깜짝 놀라, 나는 엉겁결에 구 부장의 등을 발로 찼다. 이성을 잃은 구 부장은 주먹으로 내 오른쪽 턱을 가격했고, 이어 주위 경찰관들에게 나는 집단폭행을 당하기 시작했다. 한 경찰은 목을 꽉 조여 숨조차 쉬지 못하게 했고, 주먹질과 발길질은 끊임없이 이어졌다. 나는 결국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고, 이에 경찰들도 놀랐는지 곧바로 집단폭행을 멈췄다. 그러나 그들의 위협적인 욕설은 계속 이어졌다. “종간나 새끼! 너, 죽여버린다.” “너는 범법자이기 때문에, 인격적으로 대우할 가치도 없어!"

문 잠근 채 집단 구타

지난 3월 31일 민중대회에 참가했다가 강제 연행된 보건의료산업노조(위원장 차수련) 정원철 조직부장이 남대문경찰서(서장 강영규)에서 겪었던 일이다. 정 부장은 이상원 경장, 임한순 경사, 송완주 경사, 구행서 ‘부장’ 등 가해경찰들이 한 행동들을 하나하나 밝혔다. 정 부장의 오른쪽 아랫입술은 안팎으로 찢어져 있어, 구타 당시의 상황을 증언하고 있었다. 정 부장은 이 모든 일이 다른 사람들로부터 격리되어 있는 곳에서 안에 문을 잠근 상태로 일어났기 때문에, “잘못하면 죽겠구나” 하는 극도의 공포감마저 느꼈다고 했다.


경찰, “난동 부려 제지했을 뿐”

하지만 남대문경찰서 최익주 경위는 “주먹을 사용하거나 그런 경우는 절대 없다”며, “정씨가 난동을 부려서 앉으라고 제지한 적은 있다”고 해명했다. 그리고 “정씨가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할 수 있는 복도에 있었기 때문에 구타란 있을 수 없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남대문경찰서에 가서 직접 확인한 결과, 그 복도는 철문을 통해 출입하는 곳이었기 때문에 경찰의 주장은 쉽게 거짓임이 드러났다.

보건의료노조 이주호 정책국장에 의하면, 정원철 부장은 동광주병원 여성노동자들 연행에 항의하다 함께 연행됐다. 동광주병원 여성노동자들은 3월 31일 5시경 서소문 KAL 빌딩 앞 을 지나고 있었는데, 경찰은 이들이 모두 노동조합 조끼를 입고 있어 집회에 참석했던 노동자라고 확신하고 연행했다. 경찰은 여성들의 머리채를 잡고 경찰차로 끌고 갔으며, 이에 대해 정 조직부장은 항의를 했던 것.

정 부장과 함께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된 한 노동자는 “경찰들에게 연행 이유에 대해 물었지만, 자신들이 왜 연행되어 왔는지 제대로 대답하는 경찰들은 없었다”고 했다. 그리고 이름과 주민등록번호를 이야기하라고 종용하기만 했고, 이를 거부한 정 부장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고 주장했다. 결국 경찰은 신체의 자유를 제한할 때 지켜야 할 최소한의 인권조차 지키지 않은 것이다. 3월 31일 남대문경찰서로 연행됐던 9명 중 8명은 2일 불구속 처리되었다. 하지만 정씨는 집시법 위반, 일반교통방해, 공무집행방해로 구속영장이 청구되어 3일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게 됐다.

한편, 민중대회 이후 연행되었던 사람은 총 83명이며, 이중 정 조직부장을 포함한 10명에게는 2일 구속영장이 청구되었고, 나머지는 모두 불구속 또는 훈방 조치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