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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차별' 집중 토의…팔레스타인 등 의제로

제57차 유엔인권위 개막


제57차 유엔인권위원회 연례회의가 지난 3월 19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개막되었다. 이 회의에는 각국 정부 및 3천여 민간단체 대표가 모여 세계인권문제를 논의하고 각국의 입장을 밝히게 된다. 회의의 의제는 사회권, 자유권 등 기본적 인권문제와 여성과 아동의 인권, 이주노동자, 난민, 선주민 등 소수자의 인권, 작년에 처음으로 '인권'으로 인정된 발전권, 민족자결권 등 인권의 거의 모든 분야를 포괄하고 있다. 특히 이번 회의는 인종주의, 인종차별, 외국인혐오, 그 외 모든 차별에 대한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는데 이는 올해 8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개최될 반인종주의 국제회의를 대비한 것이기도 하다.

인종차별철폐 국제기념일이었던 21일 메리 로빈슨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은 41년전 남아공에서 일어난 셰퍼빌 학살을 애도하며 남아공에서 반인종주의 국제회의를 개최하게 된 것에 찬사를 표했다. 로빈슨 고등판무관은 경제적 불평등, 무지, 차이에 대한 두려움,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태도 등이 인종주의의 원인이 된다고 밝히며 오랜 인종주의의 역사를 끝내 21세기를 인권의 세기로 만들 것을 희망했다.

코피 아난 유엔 사무총장은 개막 기자회견에서 팔레스타인 문제를 양자 간의 대화로 해결할 것을 촉구했다. 또한 에리트리아와 에티오피아, 콩고의 분쟁 해결 분위기를 환영하면서도 여전히 남아있는 아프리카의 사회, 경제적 문제들에 우려를 표했다. 아난 총장은 아프리카 문제의 근본원인이 빈곤임을 잊지 말 것을 강조하며 유럽연합이 최빈 개도국에 대해 유리한 무역조건을 부과하기로 한 것을 환영했다. 선진국이 개도국에 대해 더 유리한 무역조건을 제공할 것을 촉구하며 카타르에서 있을 WTO 회의에서 개도국들의 수출에 대해서는 관세나 쿼터를 부과하지 말 것을 촉구하라고 독려하기도 했다.

3월 22일의 자결권 및 민족의 권리 관련 회의에서는 팔레스타인 문제에 관심이 집중되었다. 많은 국가 대표가 팔레스타인 점령지구내 이스라엘 군의 철수와 대화재개를 요구했으나 이스라엘 대표는 이스라엘 내에서 팔레스타인의 폭력 행위를 용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미 해군기지가 있는 푸에르토리코 비에케스의 거주자 권리, 카슈미르 지역 주민의 권리 문제도 또한 제기되었다. 나이지리아 외무장관 술레 라미도는 빈곤은 존엄한 삶과 발전을 위한 기회를 봉쇄함으로써 가장 기본적인 인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한 가난과 질병, 특히 가난의 새로운 원인이 되고 있는 세계화가 개도국에게 큰 짐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26일 인종주의 관련 회의에서는 국가와 NGO 대표들이 인종주의, 인종차별과 외국인혐오증에 대해 견해를 밝혔다. 몇몇 NGO 대표는 9월 개최될 반인종주의 국제회의의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는데 '평화와 자유를 위한 국제여성연대(The Women's International League for Peace and Freedom)'는 NGO의 회의참가가 제한되고 있음을, '남아시아인권자료센터(The South Asia Human Rights Documentation Centre)'는 회의 의제에 정치적으로 민감한 문제가 빠져 있음을 비판했다. '고문반대 국제연합(the International Association against Torture)'은 회의의 주제가 외국인혐오증과 기타 차별로 확대된 것은 인종주의, 인종차별에 대한 관심을 희석시키려는 서방국의 의도라고 지적했다.

이번 유엔인권위원회는 4월 27일까지 계속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