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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대우자동차 '정리해고', 그 후 ②

경찰 상주, 노조사무실 폐쇄


1750명이 정리해고 통지서를 받아든 지 26일 째. 지난 7일 다시 조업이 재개 후 일주일 이상이 지났지만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은 여전히 '비정상'이다.

부평역에서 대우자동차 부평공장에 이르는 도로 곳곳에 진압봉을 하나씩 들고 지나가는 행인을 쏘아보는 전경들과 마주친다.

부평역에서 부평공장으로 향하는 큰 길 옆에 있는 민주당 지구당, 은행 앞에는 어김없이 전경들이 진을 치고 있고, 부평역 마그넷 쪽으로 나가는 출구에도 전경들이 양옆으로 늘어서 있다. 부평역 광장 로터리 쪽에는 적게는 11대, 많게는 21대까지 전경버스들이 도로에 늘어 서 있고 역으로 통하는 모든 골목, 지하도마다 전경들이 어김없이 지키고 서 있다.


노조사무실 문 용접

부평공장 내 노조사무실은 '원천봉쇄' 됐다. 노조사무실로 통하는 모든 통로가 폐쇄됐다. 프레스부에서 일하는 한 조합원은 "외부에서 노조사무실로 통하는 문이 용접되어 있다. 식당에서 노조사무실로 통하는 복도와 건너편도 막아 버렸다"고 전한다.

차체 2부에서 일하는 또 다른 조합원은 "12일 대의원이 노조에서 제작한 유인물을 가지고 들어가다가 '공장'에게 걸려 모조리 빼앗겼다"고 전한다. '공장'은 현장 상급자를 지칭하는 용어로 밑으로 직장, 조장 등이 있다. 또 "지난 주 출근할 때 들키지 않고 유인물을 가지고 들어간 조립 2부 대의원이 유인물을 배포하려 했으나 회사에서 동원한 용역들에 의해 순식간에 수거됐다"고 밝혔다. 회사측이 "공장 내에서 노조의 합법적인 활동을 완전히 가로막고 있는 상태"다.


"자리 비우는 대의원 적어내라"

프레스부에서 일하는 조합원은 "'대의원이나 평소에 노조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던 동료들이 자리를 비우면 적어내라'고 압박한다"고 밝히고, 차체2부 조합원은 "공장·직장들이 노조집행부가 있는 산곡동 성당에도 가지 말고 조용히 지낼 것을 종용한다"며 괴로움을 토로했다.

회사는 또 용역을 고용해 조합원들을 감시하고 나섰다. 부평공장에서는 용역을 고용했다. 고등학교를 이제 막 졸업했거나 군대를 갓 제대한 것으로 보이는 용역들은 식당 등 노동자들이 많이 모이는 곳에는 어김없이 나타나 "조합원들을 감시"한다. 심지어 지난 주에는 "서너명만 모여 있어도 '무슨 이야기하느냐'고 은근히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또 "전경이 4인1조를 이뤄 공장 내 중심도로를 순찰하기도 했다"고 전했다.

노동자들은 출근길부터 심리적으로 위축된다. 차체2부에서 일하는 조합원은 "출근 때 이용하는 정문, 서문, 남문에 가드레일을 쳐놓고 양쪽에 용역들이 늘어서 있다. 두 명씩 한꺼번에 들어갈 수도 없고 한 명씩 한 명씩 비표를 보이고 들어간다. 하루 시작부터 기선을 제압당한 느낌이다"고 심경을 털어놨다. 또 "출근 때 '공장'들이 문 옆에 서 있다가 부서 대의원을 용역에게 찍어준다. 12일 유인물도 그렇게 뺏긴 것이다"고 밝혔다.


경찰 상주, 노조원 출입 통제

부평공장으로 통하는 모든 출입문은 전투경찰에 의해 봉쇄되어 있다. 차체2부 조합원은 "전경버스가 정문 안 대로에 9대, 주차장에 6대, 하치장에 20여 대가 상주하고 있"고, "전경들은 운동장 옆 식당에서 숙박을 해결하다 14일에 구식당으로 숙소를 옮겼다"고 전했다. 애써 산곡동 성당에 있는 노조집행부나 정리해고 이야기를 꺼내지 않던 현장도 부평공장 폐쇄 이야기로 술렁이고 있다. 부평공장을 폐쇄해야 한다는 컨설팅회사의 의견이 발표된 것 때문이다. 더욱이 회사측이 최근에 발행한 「한마음」에도 "필요하다면 뼈를 깎는 심정으로 또 정리해고를 할 수도 있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

프레스부 조합원은 "공장폐쇄든 정리해고든 조만간 다시 인원을 감축할 것"이라며 "1750명 정리해고도 정상화를 위해서 한 것이라기보다는 어떻게 GM에 매각할 수 있을까만 생각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조합원은 "지금 뾰족한 수는 없다"며 "하루빨리 조직력을 복원해서 싸우는 길 밖에는 없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