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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통제기술' 수출, 자랑 안 돼

국내업체, 베네수엘라 전자카드사업 수주


'인권침해' 논란 끝에 우리 나라에서는 이미 백지화됐던 전자주민카드제도가 베네주엘라에서 도입될 예정인 가운데, 우리 나라 기업이 기술 수출에 나선다.

현대정보기술(대표 석민수)은 지난 달 30일 "현대정보기술, AIT, 데이콤ST(이상 한국 기업), SIDIF(베네주엘라 현지 기업)로 이뤄진 컨소시엄이 베네주엘라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수주했"으며 "이는 세계최초의 국가단위 전자주민카드 실용 사례"라고 밝혔다. 현대정보기술은 전자주민카드 사업과 더불어 앞으로 42개월 동안 베네주엘라 중앙정부와 각 주 및 도시를 연결하는 행정전산망·주민등록망 구축, 지문인식, 위조방지 업무 등을 수행하하게 된다. 베네주엘라는 96년부터 전자주민카드 시행을 준비해왔으며, 국제입찰을 통해 전자주민카드 사업자를 선정됐다.

그러나 전자주민카드 기술 수출을 단순히 경제적 측면에서만 따져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사회진보연대 홍석만 씨는 "각 나라에 따라 틀리겠지만 전자주민카드의 목적과 기능은 같을 것"이라며 "국가가 개인 정보를 통제·감시하는데 우리 나라 기술을 제공하는 것은 마치 과거 영국이 자국에선 아편을 규제하면서 중국에는 팔아먹던 일을 생각나게 한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경제계에서는 첨단 기술을 수출해 큰돈을 벌게됐다고 좋아하고 있으나 전자주민카드는 단순한 기술이 아니라 한 사회의 민주적 질서를 저해할 수도 있는 위험한 기술" 이라고 경고했다.


국내선 '인권침해' 논란 속 백지화

전자주민카드제도는 김영삼 정권 시절 '행정간소화·사회비용 절감·정보화 마인드 구축'이라는 명목으로 주민등록증·국민연금증서·의료보험증 등 각 분야의 개인 정보를 통합수록한 전자카드를 주민등록증과 대체하려 했던 제도다. 그러나 민변, 참여연대 등 사회단체들과 전북·제주 등의 지역단체들은 '개인정보 유출·정보집중을 통한 국가통제 강화·행정편의주의적 발상' 등의 이유로 전자주민카드 제도 도입을 완강히 반대했다. 행정자치부는 전자주민카드 사업을 끝까지 추진하려 했지만 김대중 정권 들어, 과중한 재정 부담과 인권 침해 소지가 있 다는 비난여론에 밀려 당정 합의로 사업을 전면 백지화했다.

한편, 현대 컨소시엄은 10일 베네주엘라 현지에서 정식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