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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미군 사격장에 농토 빼앗기다

파주 스토리 사격장 인근마을 없어질 판


행정구역 경기도 파주시 진동면 초리. 일명 스토리사격장. 이곳은 현재 한국인이 출입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지역의 80%는 농지로서 인근 주민들이 수십 년 째 삶의 터전으로 삼아온 지역이다. 한국전쟁 이후 파주시 장파리에 주둔하던 주한미군이 철수하고 폐허만 남은 땅에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당시 주민들은 "장파리 인근 민통선 내에 들어가 벼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사람들이 늘어 현재의 700여 가구가 넘는 큰 마을이 형성되었다"고 전한다.

당시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시작한 민통선 내부는 특수 작목이 허용되지 않고 오직 벼농사만 허용되었으나 사유지로 인정받았고 벼농사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 있었다. 하지만 73년 주한미군은 한미주둔군 지위협정(SOFA)에 근거, 스토리사격장 주변 지역의 210만평에 대한 무상 공여를 요구했고 한국 정부가 이에 응했다.


미군, 한국에 사격장 공여요구

이 중 농지는 80% 가량이다. 그 후 한국정부는 주민들의 생존권 대책을 마련하기는커녕, 그냥 방치하다가 97년부터 본격적인 매입작업을 시작했다. 2천 평 규모로 스토리사격장을 활용하던 주한 미군은 73년 당시 요구한 215만 평 전체를 활용하는 계획을 세우고 일방적으로 훈련지역을 넓혔다.

이 과정에서 경작을 하던 주민들의 뜻하지 않은 저항에 부딪히자 "한국정부에 조치를 취해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그 후 국방부는 "99년까지 탄착 표적 지역을 중심으로 96만 평을 매입 및 지상권 설정 등의 방법으로 확보"했으며, 2000년 들어 주민들을 상대로 110여 만 평을 추가로 매수하려 해왔다. 주한미군의 사격장을 위해 현지 주민 땅을 SOFA에 의해 국민의 세금으로 매입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보상금은 주변에서 도로공사를 할 때 보통 지급되는 5-6만원보다 턱없이 낮은 2만원 정도로 책정됐고, 국방부는 주민들과 1:1 접촉 등 암암리에 매입을 하다 주민들의 거센 반발을 불러온 것이다.


농사짓던 논이 미 육군 재산?

올 추수 무렵 주한미군은 주민들이 경작하는 곳에서 사격훈련을 하면서 논과 벼를 깔아뭉갰다. 현지에서 농사를 짓던 주민들도 이에 맞서 "삶의 터전인 내 땅을 주한미군의 사격장으로 내어줄 수 없다"고 주장하며 계속해서 농사를 지어왔다. 하지만 주한미군은 "SOFA에 의해 이미 미 육군 땅이 되었으므로 농사를 중단하라"며 주변의 논에 철조망을 설치했다. 그리고 '이곳은 미 정부의 재산이니 한국인의 출입을 금한다'라는 경고판을 설치했다. 추수를 간신히 마친 주민들은 미군이 설치한 철조망과 경고판을 해체하고 '이곳은 사유지이므로 주한미군의 출입을 금한다'는 푯말을 설치했다.

하지만 농민들이 설치한 시설물과 푯말은 주한미군에 의해 다시 제거됐으며 현재는 "더욱더 철통같은 철조망이 설치됐으며 농로에 바리케이트까지 설치된 상황"이라고 분통을 토한다. 인근 주민들은 "미군이 공여를 요구한 지역은 인근 지역 700여 가구 3,000여 명 주민들의 삶의 터전이다. 이 땅이 사격장으로 편입될 경우 주민 전체가 거리로 내몰리고 마을마저 없어질 것"이라고 주장한다. 장파리 이장인 정인오 씨는 "이 땅이 스토리사격장으로 편입되면 절대적으로 벼농사에 생존을 의존하고 있는 주민들은 갈곳이 없어진다"고 하소연하며 "우리는 생존을 위해 한국 땅 위에서 자유롭고 평화로운 영농을 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했다.

국방부 용산사업단 관제과 함용목 사무관은 "애초 보상금이 평당 8천원 이었지만 경의선 철도공사 관계로 감정기관의 감정가가 올라 2만원"으로 올렸으며, 주민들의 영농보장 주장에 대해서는 "법적 근거를 가지고 진행한 하자 없는 사업"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