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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이재승의 인권이야기

희망권


미국과 한반도 사이에 가로놓인 태평양만큼이나 노근리의 진실은 갈라졌다. 여전히 국가인권위원회법은 빛을 보지 못했다. 국가보안법은 아직도 퇴색하지 않고 끝없이 틈입한다. 정부당국은 과거 국가범죄의 진실을 규명하라는 피해자들에게 그들의 행위는 정부공식지정 민주화운동이 아니라며 여전히 시비를 건다.

부자와 가난한 자가 보는 진실은 이 보다 더 비참하다. 재벌들은 당당하게 부를 찬탈하고 불법적으로 대물림한다. 구조조정이라 외국자본유치라 합병이라 해서 또 애매한 사람들이 절망적으로 길거리로 내몰리고 있다. 왜 그들은 희생을 감수해야 하는가? 어떤 철학자가 내 손가락 하나 다치는 것보다 세상이 망하는 것이 낫다고 했다. 지금은 손가락이 아니라 거리에 나앉은 사람들의 생존이다. 모든 삶은 절망적인 자본주의를 더욱 닮아 있다.

이 많은 우울한 사연을 앞에 두고 성탄 츄리라도 장만해서 안쓰러운 희망을 한번 꿈꾸자. 그래 미래를 꿈꿀 수 있는 권리, 희망권. 솔직히 말해 자기기만권이라 해도 좋다. 우울한 시대에 이 마지막 권리를 인권목록에 추가하자.

희망을 느껴 보자. 인권하루소식이 선정한 올해의 인권뉴스 목록은 희망을 말한다. 권위주의적인 교육환경 속에서 죽어지내야만 했던 중고등학생들이 자신들의 인간다운 권리를 주장하기 시작했다고. 매향리폭격장 주민들이 스스로의 권리를 되찾기 위하여 미국을 상대로 투쟁에 나섰다고. 가위눌려 살아왔던 시대에 종지부를 찍으려 한다고. 시작이다. 프로야구선수들의 의리는 끝내준다. 일부선수들이 선수협 문제로 곤경에 처하자 모두 운동권답게 하나로 뭉쳐 자유와 생존을 위한 싸움을 시작하였다. 이제 시작이다.

국가인권위원회법에 상당수 여야의원들이 서명하였다. 정당의 지도자들이 특무상사처럼 움직이는 어처구니없는 정치판에서 여야의 젊은 의원들은 장군처럼 움직였다. 정당지도자들은 그리 살다가도록 내버려두고 내년에는 국민 모두가 장군이 되자.

일전에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대표가 매가리 없는 이 시대를 향하여 전문성이 아니라 힘의 운동이 그립다 하였다. 각이 제대로 서고 속히 돌파하는 힘의 운동 말이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과 사람들 속에서도 힘의 운동을 한번 느껴보자. 자신의 삶의 공간에서 스스로를 주인으로 세우기 위하여 단결하고 행동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힘의 운동이고, 승리가 보장된 운동 아니겠는가! 내년에는 자신을 세탁물처럼 초라하게 널어두지 말자. 내년에는 우리 자신을 옭매는 빨래집게 같은 권력과 불의의 논리들을 실직상태로 만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