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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기획> 무노조 삼성의 인권유린을 고발한다 ②

삼성, 무노조 정책도 '분사'한다


수원에 위치한 아텍엔지니어링[주](대표이사 이호성)에서 근무하던 민병덕 씨는 지난 11월 22일 회사로부터 해고통보를 받았다. 해고사유는 '근로자 선동', '상사명령 불복종', '경영권 침해', '회사 명예 손상' 등. 민 씨는 설립 일보직전까지 갔던 노동조합의 위원장이었고, 회사 측의 만류를 뿌리쳐가며 노조를 설립하려 했다. 그것이 민 씨가 해고된 배경이었다.

민 씨를 비롯한 노동자들이 노조결성을 준비한 것은 올 7월부터. 한마음협의회(노사협의회) 사람들을 중심으로 노조설립을 준비했지만, 회사에서 그 사실을 알아차리면서 1차 시도는 무산됐다. 그러나 아텍 노동자 200여 명 중 90%가 넘는 사람들로부터 노조결성 지지 의사를 확인한 민 씨 등은 마침내 11월 4일 노조 창립총회를 열었다. 남은 일은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하고 '필증'을 받는 일 뿐이었다.

그러나 아텍 노동자들의 두 번째 노조결성 시도 역시 좌절되고 말았다. 11월 15일 노조설립신고를 위해 수원시청을 찾아갔던 관계자들은 현장에 대기하고 있던 회사 간부들의 저지를 받게 되었고, 이를 뿌리치며 설립신고서를 제출하려 했으나, 회사측에서 한발 앞서 노조설립신고서를 제출해 버렸던 것이다. 복수노조 금지규정을 악용한 '유령노조 설립'에 의해 또 한 차례 노조설립의 꿈을 유보해야만 했던 순간이다. 그로부터 일주일 뒤, 노조설립을 추진했던 핵심관계자 5명이 징계를 당했고, 그중 민 씨를 비롯한 3명의 노동자가 해고통보를 받게 됐다.


'계약해지' 무기, 노조저지 압력

아텍의 노조설립 좌절 배경엔 무노조 신화의 삼성그룹이 버티고 있다. 아텍은 98년 구조조정 바람 속에 삼성코닝으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분사'로, 3년간의 계약기간 동안 업무를 위탁받은 회사다. 당연히 삼성코닝의 입김이 절대적일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이러한 관계 속에서, 삼성코닝은 아텍의 노조설립 움직임에 노골적으로 개입하고 나섰다. '계약해지'라는 가장 강력한 무기를 앞세우고 말이다. 민병덕 씨 등이 해고되기 닷새 전인 11월 17일 삼성코닝 인사지원팀장은 '경영정상화 대책 강구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아텍엔지니어링 이호성 대표이사 앞으로 보냈다.

공문에서 삼성코닝 측은 "귀사 사원들의 노사갈등으로 인해 당사의 생산차질이 발생될 우려가 있고, 임직원들의 정서적 불안정으로 인해 정상적인 경영활동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어 막대한 손실 초래가 우려되는 상황"이라며 "업무위탁 계약서 17조 1항 6호에 따라 지금과 같은 노사갈등 등으로 인해 당사의 생산차질 등 경영상 중대한 사유가 발생하는 경우 업무위탁 계약의 해지사유가 될 수 있다"고 점잖게 협박했다. 더불어 "사태를 조기에 해결하고 향후 재발하지 않도록 만반의 대책을 수립하여 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아텍 인사책임자는 삼성코닝의 압력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민병덕 씨는 "회사측에서 공공연히 '법 위에 삼성이 있다. 노조를 만들면 다 죽게 되니 참아달라'며 애원했다"고 이야기한다. 민 씨와 같이 해고됐다가 지난 9일 '회사와 삼성코닝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지 않을 것' 등을 조건으로 '재입사'에 합의한 한 노동자는 "삼성코닝만 없었다면 벌써 노조 사무실까지 차렸을 것"이라며 "아텍에 노조가 생기면 분사 300여 개 업체에 미치는 파급력 때문에 노조설립을 극력 저지한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그룹의 무노조정책이 계열사 뿐 아니라, 관련 업체 내부 문제까지 좌지우지하고 있는 단적인 사례가 아텍이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