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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피멍 남긴 채 재소자 사망

의정부교도소, 위급한 재소자 방치 의혹


벌금을 못내 교도소에서 노역형을 살던 한 수감자가 수감 5일만에 사망했으나 사망 추정시간 및 사체에 뚜렷이 드러난 피멍자국의 원인 등에 대해 엇갈린 진술이 나오고 있다. 또 교도소 측이 위급한 지경에 있는 재소자를 그냥 방치했다는 의혹도 일고 있다.


사망 추정 시간 엇갈려

19일 새벽 의정부교도소에서 의정부 순천향병원으로 이송된 고 황영환(40) 씨를 검안한 담당의사는 '사체검안서'에 "응급실 도착시간인 아침 7시 이전에 사망했다"고 밝히고 있다. 교도소 측은 이날 7시 30분경 황씨의 가족에게 전화해 "황씨가 위급하다. 병원으로 오라"고 했다가 7시 50분경 전화로 다시 "이송도중 사망했다"고 전했다는 것이다. 교도소 진료부장은 19일 유족에게 "사망 1시간 후에 사체를 봤다"고 했다가 곧바로 이를 번복하고 "(자신이 사체를 봤을 때는) 이미 경직된 상태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병원에서 찍어둔 사체의 사진을 본 법의학 전문가는 "시반(사후 나타나는 피몰림)으로 봐서 사망한지 최소 6시간에서 12시간 후에 사진을 찍은 것"이라는 의견을 밝혔다.


피멍 등 구타의혹 규명 필요

또 직접사인, 중간 선행사인, 선행사인 등이 '미상'이라며 황씨의 신체상황을 기록한 사체검안서의 '양측 하지부 화상, 배부(등) 피하출혈, 좌측 주관절부 찰과상, 우측 둔부·전박부 찰과상, 좌측 대퇴부 피하출혈' 등의 원인에 대해서도 진술이 엇갈리고 있다. 이에 대해 20일 유족과 만난 의정부교도소장은 "온몸에 나타난 멍은 외부가격, 폭행에 의한 사망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재소자나 담당교도관들은 구타사실을 부인하고 있지만 현재 이를 믿을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법의학 전문가도 "팔, 다리에 난 피멍자국은 구타가 있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고 말한다.

14일 파주경찰서에 자진출두한 황씨를 담당했던 파주경찰서 형사 구창용 씨나 황씨의 노부모는 "(유치장에서는) 술이 취한 상태였지만 외상은 없었다"고 진술하고 있다. 가족들이 19일 황씨가 입소당시부터 건강상에 이상이 있었다면 기록이 있을 것이라며 이를 요구하자 소측은 "신체검사기록 및 근무일지는 없다"고 했다가, 20일에는 황씨의 신체검사 및 건강검진 자료와 의무기록 등은 조사중이라며 공개를 거부했다.


일반사동에서 병실사동으로 옮겨

지난 15일 황씨와 함께 입소한 송 아무개 씨는 "멍은 입소당시 건강검진 때도 봤다"며 "황씨는 걸음도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고 진술했다. 송씨는 또 "황씨가 매일 '술을 사러 가야된다, 카메라를 찾는다'며 자는 사람들을 깨우곤 했지만, 함께 수감된 12명이 황씨를 구타한 적은 없다"고 증언했다. 15일 의정부교도소에 황씨와 함께 입소해 병실사동으로 옮겨지기 전까지 같이 생활한 송씨의 말대로라면 황씨는 교도소 입소 전인 유치장이나 법원에서 구타를 당했다는 말이다.

18일 밤 황씨와 함께 병실사동에서 잤다는 정아무개 씨는 "의무과에서 처방을 받고 오후 8시 30분경 황씨가 들어왔다"며 "의식은 없었지만 숨은 쉬고 있었다"고 밝혔다. 의식이 없는 황씨를 그냥 내팽개쳤다는 의혹이 일게 하는 대목이다. 또 병실사동에 입소한 시간에 대해서도 교도소 보안과장은 "18일 저녁 6시 30분경에 발작을 일으켜 의무과에서 처방을 한 후 5분 정도 뒤인 6시 40분경에 병실에 입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어 병실사동 입실 시간도 엇갈린다.


위급한 지경의 재소자 방치 의혹

또한 황씨가 간질증세를 보였다는 것 또한 가족들이 납득할 수 없는 부분이다. 황씨의 어머니는 "간질은 없었다"며 "교도소에서 벌금을 내면 출소시켜주겠다고 전화로 매일 아침 독촉을 했는데, (만약에 간질증세가 나타났다면) 왜 한번도 간질증세가 있다는 말은 안했냐?"며 오열을 터트렸다. 재소자 송씨는 "황씨가 입소 첫날인 15일 저녁 식사후 입에 거품을 물고 발작을 해 약처방을 받았으며, 18일에도 두 차례 간질증세를 보여 결국 의무과에 업혀갔다"고 한다. 더구나 보안과장은 "황씨에 대한 정밀진단을 한 바 없지만 소내 20-30여명의 간질환자를 경험했기 때문에 간질 처방을 할 수 있었다"며 처방사실을 시인했다. 이는 교도소 측이 재소자의 질환에 대해 안일하게 대처하고 방치했다는 의혹도 살만한 대목이다.

또 여러 가지 의혹을 있는 교도소내 사망사건에 대한 초동수사를 교도소에서 근무하는 사복경찰관이 담당하고 있어 조사의 객관성이 의심돼 부검결과를 토대로 정확한 사인규명 및 사망에 이르기까지 객관적인 조사가 요구된다. 황씨 사체에 대한 부검은 21일 오전 실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