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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요원한 재소자 치료보장의 길

성동구치소, “외부진료는 본인부담”


재소자 치료비 부담은 과연 누구의 몫인가. 시국사범을 비롯한 일반 재소자들의 외래치료비는 거의 대부분 자비부담이었다. 그런데 96년 3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경우 병원치료비 전액을 국가가 부담했다. 또한 97년 초 군산교도소에 수감중인 이동주(26․집시법) 씨의 경우 오른쪽 눈 수술비 비용일체를 교도소측이 부담했다.


전행란 씨, 치료비 문제로 울음

성동구치소 수감중 심한 하혈증세를 보여 입원치료를 받은 전행란(23․목포대 환경공학과 4년) 씨가 지난 7일 구치소로 재수감되었다. 전 씨는 ‘자궁내막증식증’이라는 진단과 함께 이후 6개월간 약물치료가 필요한 상태이다. 전행란 씨의 경우 또다시 치료비 부담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구속집행정지처분 마지막 날인 7일 전행란 씨는 결국 울음을 터뜨릴 수밖에 없었다. 이는 당일 오후 4시경 성동구치소로 재수감되어야 하는 상황에서 혜민병원측이 3백만원 가량의 치료비를 전 씨와 가족에게 청구해왔기 때문이다. 광주에 사는 전 씨 가족은 가정형편도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 당장 치료비를 지불할 수 없었는데, 이에 병원 원무과 직원이 입원실로 전 씨를 찾아와 병원비 지불을 독촉한 것이다. 그 직원은 “환자쪽이 병원비를 전적으로 부담해야 하고, 그렇지 않다면 구치소측에서 부담한다는 확답을 받아달라”며 치료비를 내지 않을 경우 ‘약을 줄 수 없다’는 태도를 취했다.

성동구치소 의무과 한 직원은 “외부진료인 경우 본인 자비로 치료를 받아야 한다. 게다가 전 씨는 평소 앓아오던 지병으로, 수감중 어떻게 발전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상태가 악화돼 구치소측이 검찰에 구속집행정지를 청구했다. 따라서 구치소 소속이 아닌 상태에서 외부전문의에게 진료를 받았으므로 당연히 본인 부담”이라고 밝혔다. 구치소측의 주장은 먼저 이번 치료가 구치소 수용중 발병한 것이 아니라 지병이라는 것과, 구속집행정지 상태에서 치료받은 것이기 때문에 구치소 소관이 아니라는 이야기다.


감시이유로 특실 불가피

하지만 이에 대해 전씨의 가족들은 반론을 제기하고 있다. 큰언니 전애란(28) 씨는 “행란이의 병은 지병이 아니다”고 말했다. 혜민병원 담당의사가 말했듯이 심리적․ 정신적 압박을 받은 상태에서 악화된 것으로, 행란 씨는 목포에서 자취를 하면서 써클활동도 할만큼 건강하게 대학생활을 해왔다는 것이다. 평소 잘먹고 편안하게 생활하면 괜찮은데, 구치소 수감생활을 하면서 석 달 동안 하혈을 할 정도로 상태가 악화된 것이라는 설명이다. 구속집행정지 부분에 대해서도 병원에 갈 당시만 해도 “병원에 다녀오자”는 식으로 동생을 데려갔고 그곳에서 얼떨결에 입원을 하게되었다는데, 가족이 입원사실을 안 것도 이틀이 지나서 였다고 말했다. 전애란 씨는 “전경들이 병실 밖에서 감시하고 형사가 간병인용 간이침대를 쓰고 있는 상황에서 가족들은 병실에 있을 수조차 없었다. 의료보험 혜택이 안되는 특실 대신에 일반실을 사용하려고 했으나 병원측은 결국 형사들 때문에 특실을 사용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전행란 씨는 한총련 출범식 참가와 관련해, 지난 6월 4일 기차교통방해 및 집시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돼 1심에서 징역 2년6월을 선고받았다. 이번 병원치료는 지난 9월 심한 하혈증세를 보여 20일간 구속집행정지처분을 받아 이루어졌다. <인권하루소식 10월7일자 참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