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운동사랑방 후원하기

인권하루소식

하종강의 인권이야기

구조조정을 구조조정해야한다


도대체 어쩌다가 이렇게 되었을까? 어쩌다가 '구조조정'을 '인원감축'이나 '정리해고'와 같은 뜻으로 받아들이게 되었을까? 우리나라 기업 경영인과 정부 관료들의 제한된 지식과 부족한 상상력이 겨우 그 정도의 수준밖에 안되었기 때문일까? 아니면, 알면서도 그렇게 거짓말을 한 것일까?

기업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인정한다 하더라도 할 말은 참 많다. 구조조정 없이는 우리나라 기업이 살아날 방법이 없다는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대우자동차 문제를 비롯해서 요즘 진행되는 구조조정은 절대로 우리 경제를 살리기 위한 옳은 처방이 아니다.

'정리해고'란 수많은 기업 구조조정 방식들 중의 하나에 불과하다. 오히려 현행 우리나라 노동법의 법리상으로는 가장 최후에 선택되어야 하는 구조조정 방식이다. 정리해고의 정당성 요건 네 가지 중 두 번째가 바로 '해고 회피의 노력'인데 이는 글자 그대로 "기업은 정리해고를 회피하기 위한 노력을 다하여야 한다"는 뜻이다. 정리해고를 하지 않고도 기업 경영을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 방법을 먼저 선택해야 한다는 뜻이다. 하다가 하다가 더 이상의 방법이 없을 때 마지막으로 선택해야 하는 구조조정 수단이 바로 '정리해고'여야 한다는 뜻이다.

정리해고에 관한 이러한 법리가 오랜 세월을 거쳐 확보된 것은, 노동자에게 임금은 유일한 생존 수단이기 때문에 그 유일한 생존 수단을 빼앗는 일은 가능한 한 없어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이유 외에도, 오랜 역사적 경험을 거친 우리 사회가 '정리해고를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그 나라의 경제 회생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깨달았기 때문이다.

인류의 인도주의적 원칙들이 우리 사회에서 보편 타당한 원칙으로 자리 잡게 되는 과정은 결코 만만한 것이 아니다. 책 몇 권 읽고 박사 학위를 받는 것과는 비교가 안될 정도로 엄중한 역사적 경험들이 그런 교훈으로 남아 법제화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그 사회의 불평등 구조를 심화시키거나, 광범위한 국민 대중이 구매력을 상실하게 하거나, 내수를 창출하지 못하는(사실은 이 세 가지가 모두 하나의 경제적 현상에 대한 각각 다른 표현이다) 경제정책은 놀라운 다른 성과들에도 불구하고 전세계적으로 성공한 적이 없음에도 우리나라의 기업 경영인과 정부 관료들은 박정희 시대이래 지금까지 그 실패를 계속 되풀이해오고 있는 것이다.

박정희 정부가 '가장 짧은 기간의 가장 빠른 경제성장'을 자랑하다가 우리나라를 '빈 깡통'으로 만들 수밖에 없었던 것이나, 김대중 정부가 '가장 짧은 기간의 가장 빠른 경제 위기 탈출'을 자랑하다가 3년만에 처절한 실패를 맞이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나 모두 같은 어리석음을 되풀이하고 있는 것이 지나지 않는 것이다. '정리해고'에 저항하는 노동자들의 주장이 정당성을 갖는 이유는 그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