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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제5회 인권영화제 상영작> ⑤ 올해의 인권영화상 후보작(한국작-1)


[나는 행복하다 2000/ 감독 류미례/ 제작 푸른영상/ 46분/ 다큐멘터리]

오늘도 엄마가 세금을 내기 위해 챙겨놓은 돈을 몽땅 들고 나온 허중이. 노래방 가기를 좋아하는 은하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다. 그들,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나는 행복하다>는 이렇게 출발한다. 우리와는 다르다고 느껴지는 이들. 하지만 감독은 복지센터에서 일하는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생활을 통해 오히려 관객에게 '무엇이 다르냐?'고 되묻는다.

총 8만4천여 명으로 인구 1천명에 1.95명 꼴인 정신지체인은 여러 장애유형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집단으로 분류된다. 왜냐하면, 이들은 다른 장애를 가진 사람보다 사회 생활에 접근하기가 더 어렵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실에 놓인 어려움은 하나 둘이 아니지만, 영화는 마치 비디오 일기처럼 정신지체 장애인들의 일상은 잔잔하게 담고 있다. 절로 따뜻한 웃음이 피어나는 영화다.


[4월 9일 2000/ 감독 김태일/ 제작 푸른영상/ 125분/ 다큐멘터리]

1975년 4월 9일, 사법역사상 암흑의 날. '인혁당'사건은 사법부의 살인재판이라는 오명만큼이나 역사상 초유의 사건으로 남아 있다.

당시 '인혁당 재건위'와 '민청학련' 사건 관련 혐의자는 1천여 명, 사형만도 8명, 핵심인물들은 무기에서 징역 20년, 15년까지 선고되었다. '의심의 여지' 없이 불온한 자들에 대한 처벌로 기록될 뻔한 사건. 하지만, 또 하나의 기록이 우리를 암담하게 한다.

4월 8일 대법원 선고 하룻만인 4월 9일, 8명의 사형집행. 그리고 사건 이후 7년 이내에 살아남은 사건관련자들의 전원 석방. 그러면 사형만 아니었다면…

김태일 감독이 3년 전 인혁당의 진실 찾기 시작했을 때 그가 직면한 문제는 침묵이었다. 인혁당 관련자 대부분은 여전히 국가보안법이 살아있고 자칫 오해소지가 많다는 등 '아직은 때가 아니'라며 인터뷰를 거절했다. 이후 감독은 새로운 길 찾기에 나선다.

인혁당이 실재했느냐 아니냐보다는 그들이 추구했던 바, 바랬던 세상이 어떤 것인가를 모색하기 시작한 것이다. "진실을 밝히는 작업은 많은 사람들에게 왜곡 없이 이해될 수 있는 사회적 토양이 갖춰져야만 가능하다"는 감독의 말처럼 우리 스스로 인혁당 사건을 풀 사회적 준비가 되어 있는지 자문하게 하는 영화. <4월 9일>은 방대한 자료화면, 관련자, 전문가들의 인터뷰를 따라 인혁당 사건의 본질에 접근하려 한다.


[성매매 거리에서 쓴 꿈에 관한 보고서 2000/ 감독 김양래, 김민정/ 제작 한소리회, 장수하늘소/ 67분/ 다큐멘터리]

"어떤 애는 손님이 던진 염산을 뒤집어 쓰고 죽었어. 무섭지. 왜 안 무서워. 근데 어떻게 하겠어. 갈 곳이 없는 걸…" 인권의 사각지대에서 성노예로 살아가고 있는 매춘여성들. 꿈속에서조차 "단골 왔다"는 포주의 말 한마디에 벌떡 잠에서 깨어나는 그들은 어느 한순간, 어느 곳에서도 매매춘의 일상에서 자유롭지 못한다. 평범한 여자로 사는 게 꿈"이라는 그녀들은 더 이상 더러운 창녀도, 불법 윤락행위의 주범도, 타고난 끼를 주체하지 못해 사창가로 흘러든 그런 문제아들도 아니었다.

99년 세계여성회의에서 채택된 선언에서는 "매매춘과 성매매 행위는 인간 조건에 있어 보편적이거나 불가피한 것이 아니며, 매매춘은 여성에 대한 폭력이자 인권침해"라고 분명히 지적했다. 그리고 이 보다 먼저 우리정부는 84년에 가입한 UN 여성차별철폐조약에 따라 "여성에 대한 모든 형태의 인신매매 및 매매춘에 의한 착취를 금지하기 위하여 입법을 포함한 모든 적절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규정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정부는 매매춘을 표면적으로는 금지하면서, 암묵적으로는 묵인하고 있다. 또 매춘여성만을 통제와 처벌의 주된 대상으로 삼는 등 이중적 태도를 보인다. 이중적 잣대를 들이미는 사회, 그 사회적 불평등 속에서 거리로 내몰린 어린 시절 꿈 많던 소녀, 바로 '우리'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드러낸다.


[엄마와 섬그늘 2000/ 감독 류수정/ 제작 영상기록 다큐-인/ 50분/ 다큐멘터리]

경서가 가장 좋아하는 놀이는 엄마놀이. 작은 인형을 안고 좋아하는 경서는 아기를 사랑할 줄 아는 '엄마'다. 하지만 경서는 엄마를 기억하지 못한다. 세살 되던 해 부모가 이혼하면서 치매에 걸린 증조할머니와 중풍에 걸린 할아버지, 그리고 공공근로로 생계를 잇는 할머니의 손에서 자랐기 때문이다. 무서운 거미 때문에 하루 종일 방안을 나서지 못하는 초등학교 1학년, 새벽같이 일나가는 할머니 때문에 맘이 아픈 아이.

구조조정과 실직, 빈곤과 가정파탄으로 이어지는 한국 저소득층 가정의 단면을 보여주는 경서네 집. 한끼 식사를 정부 급식에 매달리는 가정에서 '아동의 신체적․지적․정신적․도덕적 및 사회적 발달에 적합한 생활 수준을 누릴 권리'는 요원하기만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