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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군의문사 유가족들의 절규를 외면말라


국방부 앞에 가 보라. 그곳에선 날마다, 자식을 군에서 잃은 유가족들의 절규가 메아리치고 있다. 머리를 삭발한 채 소복 차림으로 길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유가족들. 자식 잃은 부모치고 누군들 억장이 무너지지 않으랴마는, 이들의 절규엔 처절한 분노가 배어 있다.

군에 간 아들이 느닷없는 주검으로 되돌아 왔는데, 그것도 모자라 '죽음의 원인'조차 몰라야했던 것이 '군 의문사 유가족'들이다. 청천벽력 같은 통보를 받고 부대로 달려가 보면 아들의 사망은 이미 '자살'로 결론 나 있고, 사건현장은 '말끔하게' 정돈돼 있었다. 수사기록을 보여달라는 호소는 일언지하에 묵살되고, 그렇게 죽은 아들들은 결국 의혹의 무덤 속으로 파묻혀 버리고 말았다.

이혜숙 씨(고 박현우 상병의 어머니)의 경험은 군내 사망사건들이 얼마나 안이하게 처리되며, 또한 조작․은페되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박현우 상병의 사망은 당초 '중과실에 의한 감전사'로 처리되었다. "자살로 처리할 수도 있는데 순직 처리가 가능한 사고사로 처리한 것이니 감사한 줄 알라"는 것이 부대 관계자의 설명이었다고 한다. 하지만 꼬박 사흘간 부대 근처에서 사건을 추적한 어머니의 노력으로 인해 이 사건은 '상급자에 의한 타살'로 밝혀졌던 것이다.

98년말 김훈 중위 사망 사건이 불거지자, 국방부는 마지못해 군 의문사 사건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그러나, 국방부의 조사작업은 '미리 내려진 결론에 꿰맞춰 가는 절차'에 불과했고 결국 지금껏 풀린 의혹은 단 한 건도 없는 실정이다.

결국 유가족들은 다시 국방부 앞을 찾았다. 진실을 밝히려는 의지와 더불어 다시는 군내의 억울한 희생자가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시작한 농성이다. 아셈회의 때문에 이틀간 집회를 금지당한 유가족들은 일요일(21일)부터 다시 기약없는 농성에 돌입한다. 이미 고인이 돼 항변할 기회조차 없는 아들들을 대신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