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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논평> '불법정보' 그물로 바다를 덮으려나


언론의 등록제한, 보도지침, 금서목록, 사전심의, 검열…

이런 단어로 연상되는 어둡던 시절에 대해 '그게 뭔가' 하는 신세대 네티즌이 있는가하면 그 시절 악몽을 잊지 못해 지금도 검열의 존재에 불안해하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최근에는 그 시절에 대한 '향수'를 가진 사람들까지 등장해 우리를 불안하게 만든다. '감시와 검열의 시대'를 그리워하는 마음은 엉뚱하게도 소리높여 정보화시대를 외치면서 인터넷을 모르는 국민을 시대에 뒤떨어진 촌놈인 것처럼 몰아가던 정부당국 쪽에서 매우 간절한 것으로 드러났다. 정보통신부와 산하단체들의 '나홀로' 생산물인 '정보통신망이용촉진등에관한법률개정안(통칭 통신질서확립법)'은 그 향수가 지나쳐 신 검열왕국을 세우려는 계획인 것으로 보인다.

우선 우리는 정보통신부가 '통신질서확립법' 제정 이유로서 내세운 '개인정보 보호와 음란폭력물의 규제'가 온라인매체에 대한 권력의 개입을 정당화하기 위한 핑계에 불과하다고 판단한다. 그러나 백보를 양보하여 그 핑계를 받아준다 하더라도 정보통신부가 채택한 방식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과도한 규제'와 '엄단', '권력집중'과 그로 인한 '감시'의 그늘이 도사리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이미 수 십여 개 시민사회단체가 저지에 나서고 있는 이유에서 드러났듯, 통신질서확립법은 각종 위원회를 마구 만들어냄으로써 정보통신부와 그 산하단체들의 권한을 배가시켜 주는 역할을 할 것이다. '불법정보'를 규정하고, 심사하고, 단속할 수 있는 '입법, 사법, 행정' 권한을 정보통신부의 한 손에 쥐어주는 결과를 가져온다는 것이다. '불법정보'라는 이름으로 가려질 정보와 그 정보의 제공자와 이용자에 대한 지나친 규제는 일상적인 검열 행위임에 틀림이 없다.

정부가 펼치는 '불법정보규제'의 그물에 온라인매체의 폐단이 얼마만큼 걸려들진 두고봐야겠지만 그 그물이 감히 덮고자 하는 바다는 넓고 깊다. 그 바다에는 사람이 기본적인 생존권을 추구하기 위해 필수로 여기는 '입과 귀'가 무수히 살아 꿈틀대고 있는 것이다. 그걸 가리고 막겠다는 발상에 등급을 매긴다면 어떤 등급을 매겨야할지 '인터넷 내용등급제'를 과감히 도입하려는 정보통신부는 자기검열을 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