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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인권시평> 다시 인권을 생각한다.


4․13총선을 치른 지 20여 일이 지났지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다. 부산 북․강서갑 선거구에서 정형근 한나라당 후보가 76% 이상의 압도적 지지를 받아 16대 국회의원이 된 사실이다. 그 문제만 생각하면 아뜩해진다. 적어도 내 수준에서는 그 어떤 사회과학적 분석도 해석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정 의원의 바로 옆 부산 북․강서을 선거구에서 민주당의 노무현 의원이 지역감정의 된서리에 치명상을 입고 세 번 거푸 낙마를 한 사실도 안타깝기는 하지만, 해석이나 분석은 가능하다. 선거 전의 여론조사와 판이한 선거 결과이지만, 전혀 예상 못한 바도 아니다. 또 울산 북구에서 민주노동당의 최용규 후보가 간발의 차이로 원내진출에 실패한 사실도 분석이나 해석은 가능하다. 아쉬움 안타까움, 슬픔과는 별도로 차분하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그러나 정 의원에 쏠린 부산 북․강서갑 지역 주민의 전폭적 지지에 대해서는 할 말이 없다. 이 선거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나는 아직도 모르겠다. 정 의원이 총선시민연대의 집중낙선 대상자였는데 어떻게 그런 압도적 지지표가 나올 수 있냐거나, 부산 시민의 시민의식은 도대체 어느 수준인가 라는 식의 의문이 드는 건 아니다.

다만 5,6공 시절 민주화운동에 헌신한 사람들을 짐승 다루듯, 아니 무슨 물건 다루듯 했던 대표적 반인권 인사-적어도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인 정 의원의 정치적 색채와 비전, 위상에 대해 부산시민들이 어떻게 판단한 것인지, 내 깜량으론 도저히 생각이 미치질 않는다. 정 의원이 받은 76%라는 지지표는, 지역감정이나 부산시민의 '반(反)DJ'감정만으로는 해석이 불가능하다는 게 내 판단이다.

그 집단 무의식의 심연에는 도대체 무엇이 있는 것일까. 그래서 다시 생각해본다, '인권'이 무엇인지. 인권을 부정하는 사람은, 적어도 공개적으로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인류에게, 범위를 좁힌다면, 한국사회엔 인권에 대한 광범한 컨센서스가 존재하는 듯하다. 그러나 생각하면 생각할수록, 나는 인권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어디까지가 인권이고 어디서부터 인권이 아닌 것일까. 인권은 세상의 다른 것들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 것일까. 그 관계가 상충할 때 사람들은 무엇을 먼저 생각해야 하는 것일까.

민족과 인권, 민주주의 다수결 원칙과 인권, 정치와 인권…, 그 수많은 함수관계에 대해 전에는 그래도 남들 수준만큼은 나도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정형근 의원 건에 맞닥뜨린 이후로는 머리 속이 하얗게 표백된 것처럼 아무 것도 모르겠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본다. 인권이 무엇인지.

이제훈 (한겨레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