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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생이별을 강요말라

이주노동자 가족 대책위, 안정된 가정생활 보장촉구


최근 들어 국내 체류 이주노동자와 한국인이 국제결혼을 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가 신분 불안 때문에 안정적인 가정을 꾸릴 수 없는 형편이다.

이에 이주노동자 가족30여명이 내일(16일) 오후 1시 서울 명동의 유네스코회관에서 「강제추방에 반대하는 이주노동자 가족대책위(이주노동자 가족대책위(준))를 결성할 예정이다.

현재 한국에 체류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는 17만 명 정도. 민간단체들은 이중 연간 7천에서 1만명 정도가 한국인과 국제결혼을 하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그러나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체류자이기 때문에 신분 탄로를 우려해 혼인신고조차 못하고 있으며,단속에 걸릴 경우 사실혼 여부에 상관없이 수일 안에 강제출국을 당하는 처지에 놓여있다.

간혹 합법적인 결혼생활을 하기 위해 본국으로 돌아갔다가 새 비자를 발급받고 재입국하는 경우도 있다. 이 역시 불법체류 경력 때문에 F-2(거주)비자가 아닌 F-1(방문․동거)비자를 발급 받게 된다. 하지만 F-1비자의 경우 체류기간이 고작 3개월에서 6개월밖에 되지 않아 정해진 체류기간이 지나면 또 다시 비자를 연장하기 위해 고국과 한국을 오가야만 한다. 이마저도 출입국관리소 내부규정상 한국인 배우자가 3천 만원 이상의 재산을 갖고 있을 때만이 가능하다.

또한 F-1비자로는 국내 취업이 불가능해, 한국인 배우자만이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게 되는 어려움이 뒤따른다.


작별인사도 못하고 쫓겨났다

이에 일부에서는 가족과 함께 지내기 위해 여권을 위조하는 모험까지 감수한다. 실례로 지난 96년 한국인 정미숙 씨와 결혼한 파키스탄인 이주노동자 쥬베르 칸 씨의 경우, 불법체류자란 신분 때문에 혼인신고를 할 수 없자 체류자격을 변경하기 위해 99년 여권을 위조했다가 발각돼 출입국관리법 위반으로 강제출국 당했다.

지난 97년 방글라데시인 사이둘 이스람 수엘 씨와 결혼한 장미영(26) 씨 역시 올 3월 남편과 생이별을 해야했다. 장 씨는 "죽을죄를 진 것도 아닌데 5살 난 딸에게 마지막 인사도 못하게 한 채 쫓아낼 수가 있냐"며 "단지 불법체류자란 이유로 한 가정을 파괴하는 일은 절대 용납할 수 없다"며 울분을 토했다.

이주노동자 가족 대책위(준)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정금자 씨는 "불법체류자는 행정적으로 출국기일이 지난 사람에 불과하다"며 "그가 한국인과 결혼을 한 이상 우리사회 공동체로 받아들 일 수 있는 열린 자세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