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마지막 목숨까지 건다

삼미특수강 노동자 고용승계 투쟁 3년되던 날

손마디가 유난히 굵은 강상철(57) 씨의 손에 금반지가 끼어지던 날, 강 씨는 그동안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의연하리라 몇번이나 다짐했건만 후배들에게 좋은 날 안겨주지 못하고 벌써 정년퇴임이라니, 만신창이가 된 몸뚱아리보다 지난 3년 길바닥에서 죽을 고비를 넘겨가며 함께 버텨온 후배들에 대한 미안함이 그의 고개를 떨구게 했다.

96년 ‘잘 나가던 대기업’ 삼미특수강이 포항제철에 인수되면서 불법해고된 후 복직을 주장하며 투쟁해온 3년. 97년 중앙노동위원회의 복직판정에 이어 올 1월 고등법원에서조차 복직판정이 났건만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은 회사로 돌아가지 못하고 57세에 이른 세 선배노동자들의 정년퇴임식을 국회 앞 농성장에서 진행할 수밖에 없었다. 그때문이었던지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은 13일 정년퇴임식을 거행하면서 막걸리에 취해 하염없이 울었다.

그로부터 불과 이틀이 지난 15일 저녁, 삼미특수강 노동자들은 또 다른 가슴앓이에 밤잠을 설치고 있다. 96년 12월 16일 농성을 시작한 이래 내일이 딱 3년째 되는 날이기 때문이다.

“한심스럽고 찹찹합니다. 동료들은 병원으로 실려가고 부인들은 집을 나가고 더 이상 기댈 곳도 의지할 곳도 없는 처지…. 그게 3년간 우리가 얻은 전부입니다” 삼미특수강 노조위원장 김현준 씨가 거친 한숨을 내셨다. “매번 물러서고 싶은 유혹을 느끼기도 합니다. 우리가 투쟁한다고 해서 과연 바꿀 수 있는 게 뭔가 하는 생각도 들고. 하지만 이제 빼앗길 것이라곤 목숨밖에 없기에 우리는 회사로 돌아갈 그날까지 악으로 버틸 겁니다”

그들은 오늘 오후 7시 국회 앞에서 집회를 갖고 삼미특수강 고용승계 투쟁 3년의 울분을 터뜨릴 예정이다. 그리고 집회가 끝나면 걸판지게 민주노총 노동자들과 더불어 막걸리 파티를 열 생각이다. 다가오는 새 천년에는 고단했던 악몽이 끝나고 새로운 희망이 싹트길 고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