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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농민들, 각지 국회의원실 점거

‘농가부채특별법’ 등 농민 개혁법안 제정 촉구

농민들의 분노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농민 1만5천여명이 지난 10일 민중대회에 참가해 한계에 다다른 농민들의 분노를 보여준 데 이어 전국농민회총연맹(의장 정광훈, 전농) 소속 30여개 농민회가 각 지역 국회의원 지구당사를 점거하고 나섰다. 이날 점거된 국회의원 지구당사는 충청도 공주, 논산 등을 비롯해 전라도 광주와 장흥, 경상도 고성 등 30개 지역 27군데.

14일 경남 거창 이강두(한나라당)의원 지구당사를 점거하고 농성에 돌입한 거창 농민회 사무국장 장병성 씨는 “대부분의 농민들이 빚을 내 이자를 갚고 또 빚을 내 빚을 갚는 형편”이라며 “많은 농민들이 빚과 생활고를 견디다 못해 야반도주를 하거나 스스로 목숨을 끊고 있다”며 한탄했다. 이 씨는 이어 “농촌이 파탄에 이르렀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은 당리당략에 눈이 멀어 농민생활을 개선시킬 수 있는 농가부채해결 특별법 등의 제정을 미루고 있다”고 비난했다.

박상천(국민회의)의원 지구당사에 들어간 전남 고흥 농민회의 송강종 씨는 “지역 정서상 선뜻 나서기 어려운 부분도 사실 있지만 사람의 목숨이 달린 문젠데 이제 더 이상 눈치볼 게 뭐가 있겠냐”며 “대책이 나오지 않는다면 이보다 더한 행동도 할 것”이라며 울분을 토했다.


농민들, 청와대 진격시위도

한편 일부 농민들은 14일 오후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며 청와대 정문 앞에서 집회를 벌이기도 했다. 19명의 농민들은 “농가부채 완전 해결하라”는 구호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구호를 외치다 출동한 경찰들에 의해 전원 연행됐다. 연행자들은 경찰서에서 묵비권을 행사했으며 이날 오후 모두 석방됐다.

전농의 정광훈 의장은 “김대중 대통령이 3차례나 농가부채대책을 발표했지만 농민들의 생활은 점점 극심한 빈곤으로 치닫고 있다”며 “지난 10일 민중대회에서 농민들의 요구를 정부와 언론에 전달하려고 했으나 정부와 언론이 농민들의 요구는 묵살한 채 폭력시위만을 문제삼았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정 의장은 “농민들의 목숨이 촌각에 달린 지금, 국회에서 난장판을 치고 있는 정치권을 향해 칼을 빼내들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지난 13일부터 농가부채해결 등 농민 4대 개혁법안 처리를 주장하며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농은 15일에도 각 지역 국회의원 지구당사를 점거해 농성을 계속할 계획이며 오는 17일에는 서울 광화문에서 대규모적인 제 2차 전국농민대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농민들이 주장하는 농민 4대 개혁법안은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WTO 이행 특별법 시행령 제정, 농업재해보상법 제정, 통합농협법 제정 등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