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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독자투고> 장애인들이 거리로 나선 이유

저는 장애우일할권리찾기연합(이하 일권연)의 대표를 맡고 있는 박호경입니다. 우리 실업 장애인 9명(일권연 회원)은 지난 11월 17일부터 여의도 순복음교회 외벽에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하고 있습니다.

한파가 밀어닥치는데 왠 단식농성이냐구요?

맞습니다. 한파가 밀어닥치는 겨울이 다가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일거리가 없어 길거리를 방황할 수밖에 없습니다. 따라서 차라리 그 한파를 맞으며 단식농성을 하기로 했습니다. 일거리를 찾기 위해 우리는 추위 속에서 텅 빈 속을 달래며 떨고 있습니다.

따스한 물 한 모금보다 더운 밥 한 그릇 보다 우리에게는 일이 필요합니다. 일을 해서 당당하게 세금을 내는 국민이고 싶습니다. 언제까지 장애인은 남에게 손을 벌려 빌어먹고 살아야합니까? 우리는 더 이상 이렇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정부 당국은 우리가 직업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그 대책(장애인고용촉진법)을 세웠지만 우리는 그 혜택을 받아본 적이 없습니다. 중증장애인이라는 말만 들어도 장애인 고용촉진공단에서는 상담조차 받지 않으려고 할뿐더러 아예 만나주지도 않습니다. 설혹 몸이 덜 불편한 경증 장애인이라 하더라고 고용율 0.54%라는 아주 미미한 수준에 불과해, 우리는 장애인고용촉진법에 아무런 기대도 하지 않습니다.

나는 33살의 지체장애인입니다. 대학도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직업을 가져본 적이 없습니다. 기업에서 이런 나를 바라본다면 결코 자기 기업에 채용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장애인고용촉직법」에 의하면 저와 같은 사람은 결코 그 법의 수혜 대상이 될 수 없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마련된 「장애인직업재활법」은 나와 같은 처지의 사람들에 대한 고용을 책임질 수 있다는 것을 알게됐습니다. 그리고 중증 장애인들은 지원고용이라는 형태를 통해 얼마든지 기업에 고용 혹은 직업을 가질 수 있다는 사실도 알게됐습니다. 하지만 국회는 정쟁으로 시간을 잡아먹고 있고 정부는 이렇다할 묘수를 찾지 못한 채 법 제정에 심혈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우리는 「장애인직업재활법」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꼭 통과돼 우리 또한 일할 권리를 찾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또 더 나아가 장애인도 세금을 내는 당당한 국민으로 살기를 바랍니다. 그래서 우리는 추운 겨울을 앞두고 단식농성에 나선 것입니다. 모쪼록 많은 분들이 「장애인직업재활법」이 제정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시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