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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역사가 멈춘 민족’ 사진전

사진으로 고국찾은 재일동포


이젠 뼛가루만 남아 오사카 통국사 납골당에 자리잡은 한 조선족의 유골 위엔 빛 바랜 처녀 때 사진 한 장과 고향 갈 여비를 챙겨 넣은 듯한 색동주머니가 달려 있다. 생전에 밟아 보려했던 고향 땅을 죽어서도 찾지 못해 좋은 시절 오면 고향 기슭 어딘가에 묻힐 염원을 품고 있을 것이다.

‘역사가 멈춘 민족’이란 주제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는 인사동의 작은 찻집 안, 민족초급학교 어린이들부터 팔십 고령에 달한 할머니들 즉, 재외동포 1세부터 5세까지의 얼굴들이 웃음으로 맞아준다. 국적 없는 동포이기에 삶이 더욱 고달팠을 거라는 예상과는 달리 사진 속 얼굴들은 밝기만 하다.

“무국적자로 받는 차별과 삶의 고난을 담고 싶었는데 차별은 보이는 게 아니더군요. 아이들은 중학생만 되면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시작해 너무 이른 나이에 어른이 된데요. 하지만 그들의 얼굴은 예상외로 밝아요. 아이들에겐 아픔을 넘겨주지 않겠다는 다짐 때문인지…”

4차례 일본을 오가며 조선족을 렌즈에 담은 사진작가 조여권(38) 씨의 소감이다. 조 씨는 “국회에서 의결된 재외동포법이 시행된다면 조선족 등 일제시기 징역과 탄압 등을 피해 이주한 동포 대부분에게 더욱 큰 상처만 남길 것”이라고 힘주어 말한다.

재외동포법은 ‘경제적 여력이 있는 재미동포의 국내 투자를 유발하기 위한 법으로 법 제정 시 절반 이상의 재외동포들을 제외하게 된다’는 반발을 사왔다. 현재 사회 각계에서 이 법에 대한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촉구하며 농성과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KIN(지구촌동포연대회의)이 주관하는 이 사진전은 재외동포법의 올바른 제정을 촉구하는 서명 캠페인과 함께 8월말까지 인사동에서, 9월부터는 대전, 부산 등 지방 도시와 대학에서 열릴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