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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현장스케치> 고국 땅의 설움이 더하다

재외동포 단식 농성장을 찾아


“미국동포는 동포고 가난한 중국동포는 동포가 아니냐?”

12일부터 재외동포 이기홍(중국 조선족)씨 등 30여명이 “재외동포의 출입국 및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 중 2조 2항(배제항목)이 가난한 동포에 대한 차별”이라며 명동성당에서 무기한 단식농성을 시작했다.

독립운동, 징용, 정신대 등 각각 저마다 다른 사연으로 일본의 지배를 피해 고국을 떠났다가 분단상황으로 입국하지 못했던 해외동포와 그의 후손을 재외동포특례법은 그 적용 대상에서 제외시켰기 때문이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국회통과를 저지하고자 단식농성에 합류했다는 김용걸(45) 씨. 그는 중국 흙용각성에 처와 어린 딸 한나(12)를 남겨 두고 작년 4월에 고국을 찾았다. 중국의 친척과 친구에게 돈을 빌려 조국에 왔건만 “후회가 막심하다”고 한다. 돈을 벌어 딸 한나를 잘 키우겠다고 다짐했지만 작업도중 부상을 입어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다. 김씨는 작년 9월 2일 구로 공단의 모 건설회사에서 닥트작업을 하다가 지반이 붕괴되는 바람에 추락하여 오른쪽 다리에 부상을 입었다. 하지만 치료와 보상이 아직도 이루어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성남 중국동포의 집이 없었다면 아마 굶어 죽었을 것이라는 김씨. 이처럼 딱한 사정의 재외교포는 비단 김씨만이 아니다. 중국, 러시아 등에서 고국을 찾은 해외동포들의 고충은 일일이 열거할 수 없는 정도이다.

그런데 고국은 이들을 또 한번 울렸다. 지난 12일 임시국회에서 통과된 재외동포특례법 2조 2항(배제항목)의 골자는 1948년 정부수립 이후 외국국적을 취득한 사람에 대해서는 국내의 출입국의 자유, 재산권, 의료보험, 선거권 등 법적 지위를 보장하고, 1945년 이전에 민족적 상황으로 외국에 살게된 동포들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세계의 해외동포 총 5백4십만 여명 중 중국, 러시아, 일본에 거주하는 2백6십만 여명의 동포가 이 법의 혜택을 받지 못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12일 농성장을 찾은 김성재 민정수석은 “대통령도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며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하는 방안을 마련해 보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날 국회본회의에서는 배제항목이 포함된 재외동포특례법이 통과됐다. 추후 김대중 대통령이 이 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김해성 목사는 “재외동포특례법에 대에서는 환영하지만 해외동포에 대한 동족차별과 동족분열을 고착시키는 배제항목은 반드시 개정돼야 한다”며 “위헌소송을 제기해서라도 공정하지 못한 배제항목 삭제를 위해 힘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