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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택시노동자 또 분신

택시정책 사람 죽인다


택시노동자의 열악한 노동조건과 사업자의 이기주의가 또 다시 분신을 불렀다.

지난 21일 오후 4시경 서초구 방배동 소재의 택시회사 스타TX 내에서 이 회사노동자 박용순(남, 49세) 씨가 온몸에 휘발유를 뿌리고 분신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택시 지붕위로 올라간 박씨는 동료 택시기사 3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전액관리(월급제) 실시하고 사납금제 철폐하라!” “업무상 사고처리비 기사부담 웬말이냐!”고 외친 뒤 분신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 씨는 신체의 80%이상이 3도 화상을 입어 24일 현재 생명이 위독한 상태로 영등포 한강성심병원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스타TX택시는 신화여객(대표 김유동, 세곡동)과 대광운수(대표 김영구, 양재동)가 작년 12월 1일 합병해 24일 현재 166대의 택시를 보유하고 있는 회사다.

전 대광운수 택시노동자 안후상(합병당시 비상대책위원장) 씨는 “대광운수에 근무할 당시 중고등학교 학자금 전액지급, 교통사고 발생 시 노동자 부담없이 전액보험처리, 일일 식비 1천8백 원 지급 등 기본적인 후생복지가 이루어졌다. 하지만 지금의 스타TX는 후생복지는 고사하고 교통사고 발생 시 부속비를 택시기사들에게 부담시키고 있는 상태다”라고 전했다.

또한 택시 기사가 이 회사에 납입해야 할 금액은 오전 근무 시 7만3천 원, 오후 7만7천 원으로 기사들은 택시업계의 통상적인 정액제(통상 7만3천원) 수준을 납입하면서도, 회사가 요구하는 부당한 업적금제로 인해 납입금을 제외한 나머지 수입의 20%를 회사에 납입해야 한다. 이러한 열악한 노동조건 속에서 이 회사의 노동자 80% 정도가 근속기간이 1년 미만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이진만 조직부장은 “회사측은 박 씨가 가정의 불화로 분신자살을 기도한 것으로 주장하고 있지만 이는 택시 제도가 근본적으로 잘못되어 있기 때문“이라며 ”이번 사건을 전국택시노동조합연맹 차원에서 강력하게 다루어 더 이상의 택시 노동자의 희생이 발생하지 않게 근본적 해결을 도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24일, 위로 차 박씨를 찾은 전태일 열사의 어머니 이소선 여사가 “나 전태일이 엄마야” 라고 말하자 박씨는 흐느껴 울먹였다.

기아자동차 근무 중 작년 5월 29일 분신한 송인도 씨(분신노동자대책위)는 “화상환자의 경우 세균의 감염으로부터 보호막 역할을 하는 피부의 손상으로 세균에 노출되어 있는 상태라 응급실에 있는 것만으로는 안심할 수 없고, 중환자실로 옮겨 적극적으로 치료부터 받아야 한다”며 안타까워했다.

한편 스타TX택시 경영자와 단위노조위원장, 그리고 박씨의 가족은 박씨의 분신 사실이 밖으로 알려져 사건이 확대되는 것을 꺼리고 있는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