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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KT를 고발한다

왕따, 전화 감시 등 노동자 탄압 현재진행형

"어느 날 출근 해보니 내 자리에 있던 컴퓨터가 없어졌다. 사실을 알아보니, 평소 팀장과 친하게 지내던 동료 팀원이 컴퓨터를 치워버린 것이다. 그 동료와 팀장에게 강력하게 항의했더니 누군가 다음 날 책상 위에 다시 컴퓨터를 갖다 놨다. 하지만 그 컴퓨터는 고장난 컴퓨터였다"

13일 한국통신 케이티(KT) 상품판매팀 노동자들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함께 한 집담회에서 상판팀 노동자들의 인권침해 경험담이 쏟아졌다. 2003년 9월 구조조정을 실시한 케이티는 같은 해 12월 전직거부자, 명퇴거부자, 노조활동 경력자 등 480여 명을 원래의 업무영역이나 직위와 무관하게 '상품판매팀'으로 인사 조치했다. 이후 이들 상판팀 노동자들에 대한 감시와 차별이 꾸준히 이어져 지난 7월에는 인권침해 실태를 알리는 증언대회를 진행했고, 몇몇 노동자는 우울증 등으로 산재 인정 판결을 받기도 했다.<인권하루소식 2004년 7월 8일, 10월 14일자 참조>

'어느 날 책상에서 컴퓨터가 없어지는' 황당한 사건을 겪은 김모 씨 역시 상판팀 노동자다. 김씨가 상판팀으로 전근 온 계기는 더 '기막히다'. "예전에 일하던 부서의 담당 과장이 직원들 모르게 직원들 명의로 휴대전화를 10개씩 개통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당연히 내 이름으로도 10대의 휴대전화가 개통돼 있길래 항의했더니 이후 고과등급에서 최하위인 D등급을 받았다. 부장이 면담을 하며 '나가달라'고 요구하기에 거부했더니 이후 몇 번이나 다른 팀으로 발령을 받다 상판팀으로 오게 됐다"라고 김씨는 전했다.

역시 상판팀 노동자인 신모 씨는 "명퇴 대상자로 선정된 후 과장으로부터 명퇴를 독촉하는 전화가 수시로 왔다"고 말했다. 밤낮을 가리지 않은 과장의 전화는 심지어 새벽에도 그치지 않았다고 한다. 신씨는 끝까지 명퇴를 거부했고 어느 날인가부터 술취한 목소리로 새벽까지 전화를 걸던 과장이 사무실에서 보이지 않기 시작했다. 결국 신씨를 '명퇴시키지 못한' 과장이 대신해 '명퇴를 당한' 것이었다. 신씨는 "회사는 명퇴 인원을 정해서 할당을 내리는데 어떤 사람이 명퇴를 거부하면 대상자를 바꿔 끝내 명퇴 인원을 채우고야 만다"고 전했다.

문모 씨도 "팀장이 수시로 전화를 걸어 위치를 물어보는 통에 골치가 아플 뿐 아니라 감시당하는 것 같아서 기분 나쁘다"고 토로했다. 이는 상판팀 노동자 대부분에게 해당된다. 상판팀 노동자들이 영업을 나가면 사무실을 떠나는 순간부터 한 시간에 한 번 꼴로 계속해서 회사에서 전화가 온다는 것이다. 물론 그 전화는 위치를 확인하기 위한 전화다. 한번은 문씨가 부장과 면담하던 중 부장이 "당신은 노조 활동을 했기 때문에 '왕따'시킬 수도 있다. 다른 직원들더러 당신과 함께 밥을 못 먹게 하거나 서로 이야기도 못하게 할 수 있다"며 위협했다고 밝혔다. 회사 내에서 '왕따 현상'이 조직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셈이다.

회사로부터 극도의 차별과 감시를 받고 있는 케이티 상판팀 노동자들은 현재 이와 관련한 백서 발간을 준비하고 영상물도 제작하고 있다. 이들 케이티 상판팀 노동자들은 용기 있는 증언 한마디 한마디로 차별과 감시에 저항함으로써 거대 공룡 기업 케이티에 대항해 '노동자도 인간'이라는 사실을 세상을 향해 외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