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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입에 총 들이대

경북도경 보안수사대 총기남용 물의


경북도경 보안수사대 요원이 수배자를 검거하려는 과정에서 이를 제지하던 사람의 입에 총을 집어넣으려 한 사건이 알려져 충격을 던지고 있다.

영남대학교 총학생회 투쟁국장 조준규(화공과 3학년, 22)씨는 이 대학의 총학생회장 등 학생회 간부를 체포하려던 보안수사대원들과 몸싸움을 벌이던 중 총으로 구타를 당했으며, 보안대원이 자신의 입 속에 총을 집어넣으려 했다고 주장했다.

조 씨에 따르면, 지난 11일 오후 4시경 수배자인 동료 학생들과 뒷산을 통해 학교를 빠져 나오던 중 보안수사대원 8~9명의 추격을 받게 되었다. 이 때 조 씨는 등뒤에서 ‘총 쏴’하는 말과 함께 들려오는 총소리를 두 번 들었다. 모두 잡힐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조 씨는 동료 학생들을 피신시킨 후 인근에 있던 오토바이를 타고 추격해오던 보안대원들의 앞을 가로막았다.

조 씨에게 달려든 보안대원들은 머리와 가슴 등을 총으로 구타했다. 이에 조 씨가 쓰러지자 얼굴과 목 등을 구둣발로 짓밟고는 입안으로 총을 집어넣으려 했다. 조 씨의 윗입술은 찢어졌고 머리에서는 피가 흘렀다.

조 씨는 수갑이 채워진 채 근처에 있던 흰색 코란도로 끌려갔다. 1시간 정도 차안에 잡혀있던 조 씨는 함께 있던 요원이 무전기를 통해 ‘(애들을 잡지 못해) 쪽팔린다. 상부에 보고하지 못하겠으니 이일은 없었던 것으로 하자’고 대화하는 것을 들었다. 잠시 후 보안대원은 ‘사실에 대해 얘기하지 말라’고 당부한 뒤 조 씨를 풀어주었다.

한편 영남대 후문 앞에서는 소식을 듣고 달려온 영남대 학생들과 수배학생을 쫓던 나머지 보안수사대원들간에 투석전이 벌어지게 되었다. 현장에 있었던 영남대 학생 염 아무개 씨는 “학생들을 향해 요원들이 총을 쏘는 것을 보았다”고 주장했다.

이러한 총기사용 의혹에 대해 수습에 나선 경북도경 보안과는 “수배자 체포를 위한 근무 시 일체 총기를 대여, 휴대한 사실이 전무한 상태”라며 조 씨의 주장 전부를 부인했다.

하지만 이날 투석전에 투입됐던 경북도경 소속 포항보안수사 2대대의 대대장은 대구연합뉴스 기자와의 통화에서 “학생들과 투석전을 벌이던 과정에서 가스총을 발포한 사실이 있다”고 시인한 바 있어, 보안과의 주장은 신빙성을 얻지 못하고 있다.

이에 인권실천시민연대의 오창익 사무국장은 “정확한 절차를 밟지 않은 상태에서 무기를 사용한다는 것은 있을 수도 없고 일어나서도 안돼는 일”이라며 “경찰의 총기사용, 집회현장에서의 구타 및 욕설 등이 이미 통제할 수 있는 선을 넘고 있어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피해자 조 씨는 “다시 생각하기도 싫은 끔찍한 일이라서 주변 사람에게 말도 하기 싫다”고 괴로운 심경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