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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류은숙의 인권이야기

아, 에바다


농아인 복지시설이자 학교인 '에바다'에 간 동료가 똥물을 뒤집어썼다는 인터넷 매체의 기사를 본다. 핸드폰 연락도 안돼서 무수한 상상만 해본다. 그 동료는 한겨울 노상 단식농성에 얼굴에 동상이 걸린 적이 있다. 거기에 똥독까지 오르면 어떻게 될까 상상하느라 동료들이 얼굴을 찡그리며 걱정을 한다. 일단 내 식구 걱정을 하고 나니 휠체어에 탄 채 온몸으로 똥물을 뒤집어썼다는 노들장애인야학의 박경석 교장님이 걱정된다. 아는 사람에 대한 걱정과 직결되어 에바다 문제에 대한 탄식이 나오니 사람의 간사함이 이러하다.

무릇 '제 일'처럼 여기라는 말만큼 뜻대로 안되는 일도 없다. 그러하기에 에바다와 같은 시설에 대한 사회적 감시기제의 필요성이 제기되는 것이고, 그 역할을 마땅히 부여받는 기관이 있는 것이다. 에바다 문제가 곪아터지는 동안, 마땅히 '제 일'인 것에 손을 놓고 있는 세력들이 있다. 에바다에 대한 관리감독청인 평택시와 경찰, 교육청은 방관, 묵인, 안이함으로 일관해 왔다. 그들 덕분에 에바다를 꿰찬 시설비리자들만 시설 사유화, 시설 파탄, 폭력 사태 조장을 '제 일'로 삼고 있다.

에바다 복지회의 농아원생 6십여명이 재단측의 비리와 인권유린을 고발하며 농성을 시작한 것이 96년 11월 27일이었다. 당시 원생들이 대통령에게 쓴 편지에는 이런 구절이 있다. "대통령 할아버지 꼭 우리의 눈물 흐르는 호소를 들어주셔서 혹시 우리를 무시하는 사람이 있어도 우리 장애인을 도와주는 대통령이 있는 나라에서 살고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세요"

이를 통해 에바다를 알게 된 사람들이 나섰다. 평택시에 비리재단과의 유착을 끊을 것을 경고했고, 경찰에 구 재단측이 지휘하는 폭력에 대한 고소, 고발을 했고, 교육청에 교장실이 파손되는 등의 폭력이 난무하는 학교를 제대로 살필 것을 호소했다. 에바다와 같은 사회복지시설을 자신들의 사유재산, 곧 '돈'으로 여기는 비리재단을 물러나게 하고, 민주적인 이사진을 뽑아서 제대로 생활하고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하라는 당연한 요구였다. 그러기를 5년이 훌쩍 넘었다.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연대회의가 꾸려지고 민주적인 이사진이 꾸려졌다. 그러나 합법적인 이사인 그들은 에바다 문안으로 한발짝도 들어갈 수 없다. 구 재단측이 동원한 인물들이 경찰이 구경하고 있는 가운데 '정말' 폭력을 행사하기 때문이다.

'열려라'는 뜻의 '에바다'는 왜 이리 굳게 닫힌 것일까? 비장애인들로 이루어진 사회 '밖'의 일, 주류 정치문제 '밖'의 일로 보기에 마땅히 져야할 관계당국의 책임이 회피 가능하다면 제2, 제3의 에바다는 '발견'되지 않을 뿐이지 거기 존재하고 있을 것이다.

똥물 세례를 받은 동료와 같은 동네에 사는 동료가 오늘부터 집에 같이 가지 않겠다고 농담(?)을 한다. 씻어도 씻어도 지워지지 않는다는 냄새, 시설 비리는 정말 구리고 구리다. 열리지 않는 당국의 무관심에선 무슨 냄새가 날까?

(류은숙은 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