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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멀고 먼 에바다 정상화

비밀합의서 발각, 농아원생 천막농성 돌입


에바다 농아원의 정상화를 요구하며 원생들이 다시 거리로 나섰다. 이번 농성은 최성호 전 에바다복지회 대표이사를 다시 에바다 대표이사로 선임한다는 내용의 비밀합의서가 공개된 데 따른 것이다. 이 합의서는 지난 97년 12월 김선기 평택시장과 최 전 대표이사 간에 작성된 것으로, 지난 6월 이성재 의원의 이사장 효력정지 소송 중 공개됐다.

합의서는 "관선대표이사는 임기종료 이후에 대표이사를 최성호 이사로 동의하고 평택시는 이를 승인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상임이사를 최성호 이사로 해 관선 대표이사 승인시 같이 한다"며 "이를 시행하지 않을 경우 관선대표이사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합의서가 작성된 시점은 농아원생들이 에바다 정상화 투쟁이 1년이 넘도록 별다른 전진이 없자 평택역 앞 천막농성을 시작했던 때다. 따라서 이 합의서는 평택시가 앞에서는 에바다 문제를 해결하는 척하면서 뒤로는 최 전 대표이사와 밀착했다는 것을 보여준 기만적인 이면 합의서로 평가된다.

합의 내용이 확인되자 농아원생들은 "평택시와 최 전 대표이사측 간의 유착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며 "아무 조건 없는 최 전 대표이사의 복귀는 이러한 유착관계에서 비롯된 굴욕적인 합의"라며 분노했다. 이들은 28일부터 '에바다 정상화를 위한 김대중 정부의 특단'을 요구하며 평택역 천막농성에 돌입했으며 7월 1일부터는 명동성당에서 항의농성을 벌일 계획이다. 농아원생들의 에바다 정상화 투쟁은 오늘로 946일째 계속되고 있다.

시청측은 해명서를 작성, "에바다복지회 정상화를 위한 관선이사 조기 파견을 위하여 시와 재단측간에 향후 정상화시 운영방안을 합의서로 작성한 것일 뿐"이라며 "아무 의미 없는 문건"이라고 주장했다.

에바다 사태는 96년 11월 27일 농아원생 60여명이 처우개선과 강제노역, 공금횡령 등에 관한 농성을 벌이면서 시작됐다. 이후 수사와 감사 등을 통해 재단 비리사실이 확인돼 최 전 대표이사 등이 구속되는 한편 이사진 전원 개편과 관선이사장 파견 등이 이뤄졌다. 하지만 집행유예로 나온 최 전 대표이사 등은 측근 이사진들을 동원해 에바다 운영에 실질적으로 관여해왔으며, 지난 4월 이성재의원(국민회의)의 관선이사장 취임을 방해하기도 했다. 또한 법원에 이성재 신임이사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수원지법이 이를 받아들여 이성재 신임이사의 효력을 정지시킨 바 있다.

에바다 사태는 사회복지시설내의 비리와 원생들에 대한 인권유린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이다. 대부분의 시설비리사건이 한때 문제가 되다가도 근본적인 해결을 보지 못하는 실정을 본다면 에바다 사태와 정상화를 요구하는 농아원생들의 끈질긴 투쟁은 그 추이가 주목되는 상징적 사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