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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희망의 빛' 발견한 인권활동가 단식농성

7일간의 명동성당농성 마치고 해단식 가져


"사실 처음엔 희망을 품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농성을 진행하면서 서서히 희망의 빛이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싸움은 이제부터 시작이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고통 속에서도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던 동지들에게 애정을 보냅니다."(전북평화와인권연대 김영옥 교육위원장)

지난 7일부터 정부의 인권법안 철회 및 재논의를 촉구하며 단식농성에 돌입했던 인권활동가들이 13일 저녁 6시 명동성당에서 농성 해단식을 가졌다. 꺼칠해진 피부, 덮수룩한 수염, 농성에 들어가기 전보다 확연히 야윈 얼굴 속에서도 눈동자는 빛을 발했고, 7일간의 단식에도 불구하고 농성자들은 오히려 더 힘찬 모습을 보여주었다.

농성단의 가장 막내였던 서울대 이석민 인권위원장(법학과 4년)은 "이곳에서 역동적인 인권운동의 가능성을 배웠다. 우리는 혼자가 아니었고, 여성이든 동성애자든 모두가 인권이라는 이름 아래 하나였다. 그리고 인간답게 사는 세상은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고 말했다.

쌀쌀한 날씨에도 불구하고 1백50여 명이 함께 한 이날 해단식은 투쟁의 정리가 아닌 투쟁의 시작을 결의하는 자리였다.

최영도 변호사(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회장)는 "인권법안 확정과정을 돌이켜볼 때, 결국 김대중 대통령이 해온 말들은 '페인트 모션'에 불과했고 우리는 거기에 속았던 것"이라며 "이번 단식농성을 통해 우리는 힘을 얻었고 이제 위상과 권한에 있어 명실상부한 국가인권기구를 만들기 위해 투쟁에 나서자"고 주장했다.

박석운 노동정책연구소장(IMF범국민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법무부가 본래의 목적대로 인권보장에 힘썼다면 왜 지금까지도 인권침해사례가 끊이지 않고 있냐"며 "법무부가 있기 때문에 국가인권위원회가 필요 없다는 주장은 고양이가 생선가게를 지키므로 따로 지키는 사람이 필요 없다는 주장과 마찬가지"라고 법무부를 비판했다.

인권활동가 단식농성단은 이어 김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서한을 발표했으며, "인권법안의 철회를 위해 투쟁의 강도를 더욱 높여나갈 것"이라고 결의를 밝혔다.


공추위, 인권법투쟁 확산키로

'올바른 국가인권기구 설치' 투쟁을 이끌어왔던 '인권법 제정 및 국가인권기구 설치 민간단체 공동추진위원회'(이하 공추위)도 이번 인권활동가들의 단식투쟁을 계기로 다시 투쟁의 기지개를 켜기로 했다.

당면 과제는 △정부 인권법안의 국회 상정 저지와 △전직 공안검사로서의 본색을 거리낌없이 드러낸 박상천 법무부 장관의 퇴진이다. 이를 위해 공추위는 조만간 공동대책위 형태로 조직을 확대개편하고 인권법에 대한 범국민적 관심을 촉발시키기 위한 대중집회와 토론회를 잇따라 개최할 방침이다.

그 출발로 오는 19일 공대위 결성식에 이은 결의대회가 예정되어 있다.

한편, 조준희 변호사등 변호사 130명은 13일 한 일간지에 게재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정부는 반인권적 인권법안을 즉각 철회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