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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4천만 우롱한 ‘TV대화’

각본 따른 연출…민감한 현안 배제


4천만 국민을 TV 앞에서 바보로 만들었다.

21일 방송3사를 통해 전국에 생중계된 ‘김대중 대통령, 국민과의 대화’는 정해진 시나리오에 맞춰 김대중 대통령을 주연으로, 방청객과 전국민을 행사소품으로 만들어버린 한 편의 정치쇼였다.

이날 행사는 당초 민주노총과 인권․여성단체 관계자들에게 질문 시간을 배당해 노동․인권문제 등 당면 현안에 대한 국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사전에 질문자로 섭외를 받았던 민주노총과 인권․여성단체는 행사 하루전날인 20일 오후 갑작스럽게 질문자에서 제외됐다는 일방적 통보를 받았다. 앞서 노동․여성․인권단체 관계자들은 행사 참여에 따른 신원조회 등을 마친 상태였다.

이처럼 민주노총과 인권․여성단체가 배제됨에 따라, 21일 ‘대화’에서는 노사정합의 불이행, 일방적 구조조정, 국가보안법 개폐 문제, 국가인권위 설치 향방 등 민감한 현안들이 전혀 언급되지 않고 대통령의 일방적 연설과 홍보로 일관하고 말았다.

특히 사전에 준비된 질문을 방청객들에게 나눠주고 이에 따른 질문만을 허용한 것은 대통령과의 진솔한 ‘대화’를 기대하며 참석한 방청객들의 분노를 자아냈다.

이날 행사에 참석했던 동성애자인권연대측은 “사전에 예정되어 있던 인권문제에 대한 질문이 취소된 것은 김대중 정부가 인권에 대한 의지를 포기한 것”이라며 “국민과의 대화를 정략적 이용의 대상으로 삼아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또한 “의도적으로 질문을 조정한 것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 행위”라고 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