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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국보법 전력' 강단서 쫓겨나

교육부 등, 일선 대학에 압력

한 대학강사가 국가보안법 위반 전력 때문에 강단에서 쫓겨나는 일이 발생했다.

조선대학교 사회교육원에서 명상 강좌를 맡고 있던 이윤정(45) 씨는 23일 과거 국가보안법 위반죄로 복역한 사실 때문에 학교측으로부터 사실상의 해고 통보를 받았다.

이윤정 씨는 94년 광주시의원으로 재직하던 중 국가보안법 상 회합통신 및 기밀누설 등의 혐의로 구속된 바 있다. 당시 이 씨는 일본 동경도의회의 초청으로 일본을 방문했다가 범민련 해외본부의장과 접촉해 국내 동향을 전달했다는 혐의를 받았다. 이 씨는 올해 2월 만기출소한 뒤, 지난 8월부터 조선대 사회교육원에 출강해 왔으며, 내년 1월부터 시작될 겨울강좌도 진행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조선대 사회교육원측은 교육부의 공문과 '주변'의 전화 등 외부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이 씨에게 23일 "강의를 보류해달라"는 통보를 보냈다.

지난 8월 이 씨를 채용했던 조선대 사회교육원 관계자는 "주변에서 이 씨의 신상을 문제삼고 있고, 교육청에서도 '시간강사 신원조사'에 관한 공문을 보내오는 등 여러 정황상 '강의 보류'를 결정하게 됐다‚며 "내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가 소개한 교육부 공문은 "대학강사에 대한 신원조사 결과 수형사실 등 신원에 특이사실이 나타난 사례가 있음을 알려준다‚며 신원에 문제가 있는 강사에 대해 사실상 퇴출압력을 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이 씨가 강단에서 물러난 데는 안기부의 압력이 작용했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이 씨는 "학교 관계자로부터 '안기부의 전화를 수차례 받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주장했으며, 앞서의 학교 관계자는 "외부에서 전화가 여러차례 왔는데, 안기부에서 왔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번 결정과 관련 이윤정 씨는 '강좌에 사람이 모일 것 같으니까 당국에서 제동을 건 것 같다"며 안타까움을 표했다. 또한 학교 관계자도 "처음엔 별 문제가 없을 것으로 생각돼 강의를 맡겼고 이 선생이 강의도 적극적으로 해왔는데 마음이 아프다"며 여건이 좋아지면 다시 강의를 맡길 수도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윤정 씨는 출소 후 아들이 다니던 학교의 운영위원회에서도 압력에 의해 물러난 사실이 있다. 이 씨는 올 4월 아들의 고등학교 학교운영위원으로 선출돼 활동중이었으나, 역시 교육청의 압력에 의해 사퇴한 바 있다. 이 씨는 "조용히 살고 싶은데 왜 자꾸 건드리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