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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뛰어보자 폴짝] 모여서 함께 외쳐요

지난 7일 저녁 6시 광화문 교보문고 앞에서는 공부 때문에 괴로움과 불안에 시달리다가 죽음을 선택했던 학생들을 생각하고 기리기 위한 행사(추모제)가 열렸어요. 대학 입학을 목표로 같은 반 친구들끼리 서로 적이 되어 경쟁하도록 만드는 교육 정책과 대학을 가지 못하면 실패한 사람으로 여겨지는 사회에서 학생들은 너무나 괴로웠어요.

죽음을 선택했던 학생들의 마음을 너무나 잘 이해하고, 지금의 교육 정책이 잘못됐다고 생각하는 많은 학생들이 이 행사에 참가하기를 원했어요. 하지만 이를 가로막으려는 사람들 때문에 두려움을 안고 추모제에 참가해야 했어요. 도대체 누가, 왜 학생들이 모여서 함께 이야기하고 외치는 것을 막으려고 했을까요?


“모이지 마, 조용히 해”

추모제가 열린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교육 정책을 만들고 일을 하는 교육부에서는 추모제 전인 4일, “학생들이 행사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지도하라”고 학교에 지시를 내렸어요. 또 6일 서울시교육청도 학생들이 모이는 것을 미리 막는 직원들 무리까지 만들어서 지도를 하겠다고 나섰어요. 또 일부 언론들은 추모제에 참가하는 학생들에게 벌을 주겠다는 기사를 내보내 학생들에게 겁을 주었어요.

학교와 교육부는 “학생들은 아직 어려서 추모제에 참석할 경우 충격을 받을 수도 있기 때문에 학생들을 보호하기 위해서 참석을 막아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어느 학교에서는 교사들이 학생들에게 추모제에 참석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하라고 강요하기도 했다고 해요. 드디어 추모제가 열리는 날, 서울시 교육청 직원들과 교사들이 “현장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집으로 돌려보내겠다”며 행사장 주변에서 서성거리기도 했어요.


“그래도 우리를 막을 수는 없어요”

교육청 직원들과 교사, 그리고 사진을 찍으려는 기자들 때문에 겁이 나기도 하고 부담을 느끼기도 한 학생들은 마스크를 쓰거나 종이로 얼굴을 가리고 추모제에 참가했어요.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내고 추모제에 참가하고 싶어도 교육청과 학교에서 겁을 주는 바람에 당당하게 참가할 수 없어 학생들은 화가 많이 났어요. 하지만 결국 교육부와 학교가 힘을 이용해서 학생들을 누르려고 했던 그 어떤 시도도 학생들이 모여서 말하고자 하는 의지를 꺾지는 못했어요.

이날 모인 학생들은 그동안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을 공부를 하면서 보내야 하고, 성적이 조금이라도 떨어질까 하는 걱정 때문에 잠도 제대로 잘 수 없었던 자신들의 처지를 털어놓았어요. 시간이 지날수록 추모제에 참가하는 학생들의 수는 점점 늘어났어요. 그리고 “학생들은 공부만 하는 기계가 아니에요”, “어리다고 추모제에 참가하는 걸 막는 건 우리를 무시하는 거예요”라며 자신의 생각을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얘기했어요.


“모여서 외칠 수 있는 권리가 있어요”

자신과 관련된 일에 대해서 의견을 자유롭게 말하고 표현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있어요. 그 어느 누구도 나이가 어리거나 특별한 보호가 필요한 사람이라고 해서 모이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을 수는 없어요. 많은 나라들이 참가하고 있는 ‘유엔’이라는 국제기구에서는 학생들의 이러한 권리를 정부가 나서서 보장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어요. 결국 학생들이 스스로 모여서 함께 외치고 행동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행사에 참여할 수 없도록 막으려는 학교와 교육부가 바로 문제라고 볼 수 있어요. 오히려 학교와 교육부가 해야 할 일은 열린 마음으로 학생들이 어떤 말을 하는지 귀 기울여 듣고, 학생들이 원하는 교육 정책을 만드는 것이랍니다.


“14일에 만나요”
14일 오후 3시 학생들은 머리카락이 길다고 학교에서 교사들이 강제로 머리카락을 잘라버리는 것에 반대하면서 광화문 정보통신부 앞마당에서 또다시 모이기로 했어요. 자신의 머리 모양은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처럼 학생들에게도 인권이 있음을 이야기 하고, 사진 전시회도 하면서 거리에서 축제도 열고 함께 모여서 의견을 이야기하는 집회도 하기로 했대요. 이날은 교육부와 학교가 학생들을 감시하러 나오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의 이야기를 듣고 함께 참여하는 마음으로 나올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생각해 봅시다] 거리에서 모여서 함께 목소리를 내는 건 나쁜 건가요?

길을 가다가 거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집회를 하고 있는 걸 본 적이 있을 거예요. “시끄럽게 왜 저렇게 떠들고 난리야”, “그냥 자기들끼리 하면 되지 길도 막히는데 왜 거리로 나오는거야”라고 생각하는 동무들도 있을 거예요. 물론 집회를 하고 있는 거리를 지나다 보면 길도 막히고 사람도 많아서 불편하기도 해요.


하지만 거리에서 모여서 함께 외치고 행동하는 것을 막는 건 옳지 않은 일을 당하거나 억울한 일을 당해도 그냥 조용히 있으라고 하는 것과 같아요. 신문이나 방송을 통해 알리면 된다구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긴 하지만 신문이나 방송은 모든 사람들의 주장을 알리진 않는답니다. 특히 우리처럼 평범하고 힘없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더 알리지 않아요. 또 알려진다고 해도 사실과 다르게 알려지거나 제대로 알려지지 않을 때도 많아요. 그렇기 때문에 사람들이 모여서 자신이나 자신이 속한 무리의 옳지 못한 상황을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잘못된 상황을 바꿀 수 있도록 함께 힘을 모을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나 없어서는 안될 중요한 권리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