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통폐합 해답은 백지화

‘작은 학교 살리기’ 전국 메아리


“교육부 장관님! 우리 학교는 규모가 작지만 즐겁고 행복하게 학교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학교를 없애지 말아 주세요”

7일 세종로 정부종합청사 앞, 한 초등학생이 교육정책의 책임자들을 향해 이런 말을 외쳤다. 이날, 30여개 초등학교에서 온 5백여 명의 학부모와 초등학생들은 ‘교육부가 일을 벌여놓고 일선 시․도 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하고 있다’고 반발하며 농어촌 소규모학교 통폐합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가졌다.

교육부는 최근 ‘지역의 제반여건을 면밀히 고려하여 반대가 극심한 학교에 대해서는 통폐합 대상 학교에서 제외시키거나 추진시기를 조정할 것’을 공문으로 내려보냈다. 이후 반발이 심한 경기도 지역의 통폐합 대상 학교의 일부를 제외시키거나 2002년까지 보류하는 조건으로 1백 명 이상의 학생을 유치할 것을 요구해왔다.

이렇듯 통폐합이 일단 보류되기는 했지만 실상 2002년 후면 똑같은 논란이 재연될 것이기 때문에 농어촌 지역 학부모들은 일단 통폐합에서 제외되기 위한 ‘치열한 학생 유치작전’으로 일손을 놓은 상태이며, 이로 인해 ‘공교육에서 소외되고 있다’는 서글픔과 열등감에 휩싸여 있다고 집회 참가자들은 울분을 토했다.

해운초등학교 대책위원회 정권구(39) 부위원장은 “교육부가 정책의 일관성 없이 각 지역 교육청에 책임을 전가하며 반발하는 학교에 대해서는 2002년까지 유보하겠다는 것은 농어촌 지역의 반발을 서서히 말려 죽이려는 작전”이라고 비난했다.

자신을 예비 학부모라 밝힌 안상겸(40․안성농민회 회원) 씨는 자기 아이가 내년에 입학하게 될 죽화 초등학교의 경우 학생수가 현재 86명인데, 잇따른 지역 주민들의 항의에 지친 교육청 관계자들이 타 학교에서 서류상 위장등록 시켜 1백 명을 채운 후 다시 전학시키는 편법을 귀뜸 해 주는 등 온갖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집회에 참석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다는 노구의 최정만(68․대전 동명 초등학교 대책위원회) 씨는 “대통령 당선 전에는 농촌을 살리겠다는 말만 하더니 정작 당선 후 농촌을 죽이는 정책을 펴고 있다”며 “이는 전체농민을 무시하는 행위이므로 절대 물러설 수 없다”고 했다.

또 참교육학부모연대 소속 한 학부모는 “농어촌학교의 열악한 교육현실을 외면하고 이들의 희생으로 만들어진 교육재정이 내 아이의 교육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쓰여지는 일을 같은 학부모로서 결코 바라지 않는다”며 “농어촌의 소규모 학교는 계속 유지 발전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집회는 서울에서만 아니라 지역별로 시․도교육청 앞에서 동시다발로 열렸다. 여기서 분명히 확인된 점은 반발하는 지역에 대해서만 유보하겠다는 교육부의 정책 선회가 이들에겐 전혀 설득력이 없다는 것이며, 결국 근본적인 해결은 소규모학교 통폐합 정책의 백지화 뿐 이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