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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인권선언, 시작만 거창·용두사미 우려


교육부가 현재 준비중인 학생인권선언이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생인권선언제정위원회(위원장 권태준)는 21일 서울사대부속여자중학교 강당에서 학생인권선언 제정을 위한 공청회를 갖고 학생인권선언 시안을 발표했다.

시안은 우선, 교육부가 학생인권을 보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공식적으로 표명한 최초의 문서라는 점에서 의의를 갖는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정작 구체적인 내용들은 애매모호한 표현으로 일관돼 인권기준으로 역할하기엔 불충분한 것으로 드러났다. 더구나 교육부가 앞서 학생과 시민사회단체들에게 공개한 학생인권선언 실무 초안보다 훨씬 후퇴한 것으로 드러나, 당시 참석했던 사람들은 “교육현장에서 힘을 갖지 못하는 이름만 있는 학생인권선언이 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학생인권선언은 초기 단계에서 현장 교사들과 학생들을 제쳐놓고 일방적으로 준비돼 비난을 산 바 있다. 그러나 이후 전문가들로 구성된 학생인권선언제정위원회는 교육현장에서 보장돼야 할 인권을 구체적으로 밝히는 실무 초안을 마련해 상당한 기대를 갖게 했다.

실무 초안에서는 △부당한 처벌이나 징계 △매체에 대한 검열 △소지품 검사, 두발 단속 등 대표적인 인권침해 에 대한 인권보장을 구체적으로 명시했다. 그러나 시안은 구체적인 기준은 누락시킨 채 자의적인 해석의 여지만을 열어놓았다. 이밖에 결사의 자유, 정책결정 참여권 등에 대해서도 실무 초안과 달리 형식적인 언급에 그치고 있다.

한편 “시안이 실무 초안에 비해 훨씬 못 미치는 이유가 뭐냐. 보수적인 교단의 눈치를 보는 교육부의 압력이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물음에 제정위원 중 한명인 강순원 교수는 “외부의 압력은 없었다”며 “다만 구체적인 내용은 학칙 개정을 통해 해결해야 한다는 교육부장관의 의견에 제정위원들이 공감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명료한 기준 없이 어떻게 학칙개정이 가능하냐”는 부분은 여전히 문제로 남겨졌다. 덧붙여 실무 초안에 있던 내용 중 집회의 자유, 사상의 자유 등 기본적 권리가 시안에서 아예 빠진 것도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따라서 교육부의 학생인권선언은 대폭 수정·보완되지 않는 한 학교 현장에서 유명무실한 인권선언으로 남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