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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주거권 입법화 요구 고조

민간, “기본적 인권으로 보장” 촉구


IMF체제 아래 홈리스(무주택자)가 급증하고 서민들의 생활이 피폐해지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주거권을 법률로 보장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이와 관련 민간에서는 주거기본법(가칭) 제정이 추진되고 있다.

6일 한국도시연구소(소장 하성규)와 천주교 서울대교구 빈민사목위원회(위원장 이기우)가 주최한 ‘IMF시대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한 국제토론회’에서는 민간단체가 추진중인 주거기본법 시안이 공개됐다.

정태용 법제처 법제관이 소개한 주거기본법 시안은 ‘주거권’이라는 개념을 명시하고 있지 않지만, ‘모든 국민은 자신이 감당할 수 있는 적정한 경제적 부담으로…적절한 주거를 확보할 수 있어야 한다’(제2조)는 조항을 둠으로써 선언적 의미에서나마 주거권 보장을 정책적 이념으로 제시하고자 했다. 또 제11조와 12조에서는 임차인과 철거민에 대한 보호조항을 두고 있다.

정태용 법제관은 “이 법안은 주거정책이 지향해야 할 기본방향을 선언적으로 제시하되 구체적인 실체규정을 두지는 않았다”며 “실체적 효력을 갖는 규정으로 구성할 경우 현재의 주거관련법을 망라하는 새 법률을 제정해야 하는 등 민간단체가 추진하기엔 적합치 않은 점이 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강교식 건설교통부 주택정책국장은 “정부가 주거기본법 제정에 반대할 이유는 없으나, 모든 국민의 주거기본법이 되기 위해 철거민과 임차인에 대한 규정은 빠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세계주거연합의 키르티 샤아 총재와 ‘철거 및 주거권센터’ 대표인 스코트 레키 변호사 등 해외의 저명한 주거권 운동가들이 발표자로 참석해 ‘기본적 인권으로서의 주거권 보장’을 역설했다.

키르티 샤아 총재는 “철거가 비록 합법적 행위라 하더라도 그 피해자는 모든 것을 잃게 된다”며 “도시 미관을 위해서 또는 누군가에게 편하고 화려한 집을 제공하기 위해서 다른 사람들의 생계를 박탈하는 행위는 잘못된 일”이라고 지적했다.

스코트 레키 변호사는 “주거권이란 단지 물리적인 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사생활과 건강, 존엄성, 가족, 삶 자체를 지켜주는 것을 말한다”며 “한국에서 주거기본법의 제정은 주거권 실현의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레키 변호사는 또 “한국의 경우 IMF가 결과적으로 홈리스를 양산하고 주거권에 위배되는 금융 및 재정 정책을 요구한 것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1948년 제정된 세계인권선언이 주거의 권리를 기본적 인권으로 명시한(제25조) 이래, ‘유엔 경제적·사회적·문화적 권리에 관한 국제조약’(1966년)과 ‘사회진보와 발전에 관한 선언’(1969년), ‘개발에 있어 권리에 관한 선언’(1986년)에 이르기까지 주거권을 보장하기 위한 국제사회의 노력은 계속되어 왔다. 특히 1993년 유엔 인권위원회는 강제퇴거를 명백한 인권침해로 규정하는 결의안을 채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