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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인권보고서] 주거권을 위한 공정한 경기: 대형행사, 올림픽 대회와 주거권

주거권과 강제퇴거 센터의 보고서 (2007.6.5)

<번역자 주>

며칠 전 중국 천안문 앞에서는 올림픽 분위기를 띄우기 위해 국가 차원으로 커다란 경축행사를 열었다고 한다. 대규모 경기장, 현란한 개ㆍ폐막 행사, ‘별’들의 각축전, 국가간 메달 경쟁 등 다양한 볼거리로 4년마다 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올림픽 대회. 베이징 올림픽을 1년 앞둔 오늘날, 과연 중국에선 어떤 일들이 벌어지고 있을까?
주거권과 강제퇴거 센터는 이번 베이징 올림픽을 포함하여 지난 20년간 역대 올림픽 대회를 살펴봄으로써, 올림픽의 화려한 조명이 빛을 발하면 발할수록, ‘축제’에 어울리지 못하고 배제되는 사람들이 발생한 사실을 고발하고 있다. 내년까지 해서 지난 10년 동안 올림픽 대회 준비를 핑계 삼아 주거 공간을 강제로 빼앗긴 인구가 150만 명이 될 것이라는 추정치는 가히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사실 올림픽을 전후한 이러한 풍경은 우리에게 익숙하다. 1988년 서울 올림픽 준비 당시에도 상계동 등에서 대규모 철거가 자행됐고, 얼마 전에는 대통령까지 가세하여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로 온 나라를 들쑤셨기 때문이다. 베이징에서 전해오는 철거 소식이 전혀 남 일같이 생각되지 않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일 게다.
원 보고서는 250쪽이 넘는 방대한 분량으로, Ⅱ. 대형행사와 주거권, Ⅲ. 올림픽 운동의 사례연구, Ⅳ. 올림픽 대회와 주거 영향에 대한 연구 등 각 장마다 굵직한 연구 성과를 내놓고 있다. 여기서는 Ⅱ장의 내용을 요약하고, Ⅳ장 중 베이징 사례 부분을 덧붙인다.


Ⅱ. 대형행사와 주거권

주요 국제 행사를 개최하는 것은 점점 더 평범한 일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이러한 행사는 국가와 사람들 사이의 상호 이해를 지원하고 증진시키는 긍정적인 발전으로 인식된다.

주거권과 강제퇴거 센터는 네덜란드의 국제인권단체로서, 주로 주거권을 옹호하고 강제퇴거를 예방하는 활동을 벌인다.

▲ 주거권과 강제퇴거 센터는 네덜란드의 국제인권단체로서, 주로 주거권을 옹호하고 강제퇴거를 예방하는 활동을 벌인다.



1. 대형행사와 주거에 대한 영향

빈번하게도 대형행사는 주거권을 향유하는 데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행사의 조직과 이행에서 너무나 빈번히 나타나는 특징은 강제 퇴거, 주택고급화 및 미화 프로그램의 차별적 이행, 그리고 주거를 감당할 지방 주민의 현저한 능력 저하이다.

1.1 대형문화행사

국제적으로 가장 유명한 대형문화행사는 세계 전람회 또는 만국 박람회로, 한 세기가 넘게 반정기적으로 치러져온 행사다. 이들 박람회는 월드컵과 올림픽에 이어 경제ㆍ문화적 측면에서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행사로 여겨진다. 현대에는 이들 행사를 활용하여 참가국은 국가 이미지를 증진시키고 개최국은 국가를 상표화한다. 예를 들어 스페인은 세비야에서 열린 박람회 ’92를 통해 스스로를 현대적이고 민주적인 나라로 증진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최근의 세계 전람회조차 심각한 주거 여파로 오점을 남겼다.

중대한 주거 영향을 야기하는 것은 단지 세계 전람회와 박람회만이 아니다. 2006년 그리스 파트라스에서 열린 유럽문화수도 기념식 기간 동안, 로마인들은 퇴거의 괴롭힘과 위협을 받았으며, 결국 대부분은 자신의 판자 집에서 퇴거당했다. 이는 지자체가 자체 ‘청소’를 통해, 문화를 주제로 한 행사라는 이 축제를 유치하려 시도했기 때문이다.

1.2 대형정치행사

커다란 국제정치행사 또한 많은 지방 주민에게 부정적 결과를 낳는다. 대형정치행사 준비에 따른 강제 퇴거 중 가장 최근 사례 하나는 2006년 9월 필리핀 세부 라푸라푸 시에서 (42개 가족에 영향을 주고) 30개 가구를 폭력적으로 강제 퇴거한 것으로, 라푸라푸 시는 2006년 12월로 예정된 제12차 아세안 정상회담이 열리는 곳이었다. 그 가족들의 주택이 위치한 땅은 상그릴라 호텔의 주차장으로 필요했는데, 이 호텔엔 아세안 정상회담 참가자들이 머물고 있었다.

국제축구연맹(FIFA) 등도 국제인권 규범 및 기준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 국제축구연맹(FIFA) 등도 국제인권 규범 및 기준을 존중해야 한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다.



1.3 대형스포츠행사

최근 몇 년 동안 FIFA는 수많은 캠페인과 구상에 착수하여, “세계를 더 나은 곳으로 만들기” 위해 ‘공정한 경기’와 같은 개념을 사용하면서, 조직의 가치와 임무, 목표를 설명해 왔다. 사회적 책임의 이상과 “인간적, 사회적 및 경제적 발전을 보호하고 증진하려는” 약속을 포용하려는 이러한 시도에도 불구하고, FIFA 월드컵 행사는 주거권에 중대한 악영향을 끼쳤다.

월드컵 행사와 관련된 ‘정화’ 프로그램으로 인해 노숙인들이 이주됐는데, 예를 들면 2002년 일본 오사카의 나가이 경기장 주변 지역에서 노숙인이 쫓겨났다. 여기서 거의 300명의 노숙인이 옮겨졌는데, 시 공무원은 난폭한 팬들과 노숙인 사이의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라고 주장했다. 2002년 월드컵 공동 개최 도시였던 서울에서는, 시 공무원이 노숙인 접근 제한 구역 목록을 작성했다. 서울시는 애초 월드컵 기간 동안 시 외곽의 갱생 프로그램에 노숙인들을 보낼 계획을 세웠다가, 미디어와 인권단체의 저항에 부딪혀 계획을 취소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2. 대형행사의 입찰 및 계획 시 최상의 관행

호주 빅토리아 주 정부는 노숙인 이사회와 힘을 합쳐 <공공장소의 노숙인을 위한 빅토리아 의정서>를 만들었으며, 이 의정서는 노숙인의 권리를 존중하면서, 존중, 참여, 그리고 정보와 안전의 제공에 초점을 맞춘 지침을 제공하고 있다. 게다가 빅토리아 정부는 대회 기간 동안 호주화 6만 달러를 들여, 싸지만 안전한 600개의 숙박시설을 확보하고, 노숙인들이 방값 때문에 숙박 시장에서 밀려나는 일이 없도록 했다. 공동체 서비스, 이익 집단과 지방 정부 당국 사이의 이와 같은 공조는, 노숙인과 도시빈민이 대형행사의 계획 및 준비 시 더 나은 보호를 받을 수 있는 방법들 중 한 가지 사례를 보여준다.


3. 대형행사에 적용 가능한 인권법 구조

인권의 척도와 특히 적절한 주거의 권리에 반하는 대형행사의 주거 영향 평가가 왜 중요한가? 인권의 구조를 사용하는 이점은 무엇인가?

첫째, 국제 규칙은 국내법에 대한 참고 문헌으로 역할을 할 수 있으며 국내 규정을 조화시키는 데 일조할 수 있다. 게다가, 사람들의 주거권을 보호하려는 경우, 흔히 국내 기준이 부재할지도 모른다. 인권법은 또한 주거권 현안을 다루기 위해 취해진 구체적이고 실용적인 조처에 대해 안내하고, 공동체와 개인이 자기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결정에 참여할 권리에 관해 필요한 조건을 정한다.

주민들은 강제퇴거에 저항한다: “철거-이전 회사는 조심하라, 우리는 경찰을 부를 것이다.” [출처] www.cohre.org

▲ 주민들은 강제퇴거에 저항한다: “철거-이전 회사는 조심하라, 우리는 경찰을 부를 것이다.” [출처] www.cohre.org



3.1. 적절한 주거의 권리

적절한 주거의 권리는 몇 가지 국제 인권 문서에 간직되어 있고, 오랫동안 인간의 안녕과 존엄성을 확보하는 핵심 요소로 간주되었다. 유엔 사회권위원회는 일반논평을 통해 적절한 주거권의 내용을 명료하게 만드는 데 일조했다. 일반논평 4에서 적절한 주거의 권리는 “어떠한 곳에서도 안전하고, 평화롭고, 존엄하게 살아갈 권리”로 해석된다.

적절한 주거란 적절한 사생활, 강제퇴거와 괴롭힘 및 다른 위협으로부터의 적절한 보호, 감당할 수 있는 비용으로 직장 및 사회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합리적 거리에 있는 적절한 공간, 안전, 조명, 통풍 및 기본시설 모두를 의미한다. 일반논평 4에는 △점유에 대한 법적 안정성 △서비스, 물자, 설비, 기본시설에 대한 가용성 △비용의 적정성 △정주 가능성 △접근성 △위치 △문화적 적절성 등 ‘적절성’에 대한 몇 가지 차원이 제시되어 있다.

3.2. 강제 퇴거로부터의 보호

인권 기준과 법은 강제 퇴거를 금지하며, 대형행사를 조직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경우도 예외를 인정하지 않는다. ‘강제 퇴거’란 용어는 사람들의 의사에 반해, 점유하고 있는 집이나 땅으로부터, 적절한 형태의 법적 보호 등에 관한 조항이나 접근 없이, 일시적으로 또는 영구적으로 이동시키는 것을 가리킨다.

퇴거가 발생할 수도 있는 가장 예외적인 상황은 실행할 수 있는 모든 대안이 검토된 이후 관련 국제법 원칙에 부합하는 경우이다. 그 때조차, △피해자들과의 성실한 협의 △모든 퇴거 집행자의 신원 제시 △특히 악천후 혹은 야간 퇴거의 감행 금지 △법적 구제의 제공 △적절한 재정착 등의 절차적 보호조치가 뒤따라야 한다.

가족과 공동체, 특히 빈곤층에 대한 강제 퇴거의 영향은 심각하며 정신적 충격을 깊이 준다. 재산은 종종 손상되거나 파괴되고, 생산적인 자산은 상실되거나 쓸모없게 되며, 사회적 관계는 단절되고, 생계 전략은 위협받으며, 필수 시설 및 서비스에 대한 접근성은 상실된다. 극단적인 경우에는, 강간, 구타 및 살인 등 폭력을 통해 사람들이 퇴거에 순응하도록 만든다.

3.3. 참여와 정보의 권리

참여와 정보의 권리는 대형행사의 과정에서 중요하다. 예를 들어 올림픽 대회의 맥락에서 지방 주민은 ‘그 정신을 공유’하고 그 도시가 전 세계 이목의 중심이 되도록 준비하는 노력에 열광적으로 동참하라고 요청받는다. 그러나 당신의 집이 재건 과정에서 허물어질지, 새로운 스포츠 경기장을 짓기 위해 당신이 강제 퇴거당할지, 또는 당신의 집세가 너무 올라 도심의 변두리로 이동해 직장으로부터 멀어지게 될지 확신하지 못할 때, 올림픽 정신을 공유하고 열광적으로 동참하는 것은 어렵다.

주민들은 아파트 담벼락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위협, 공포 조성, 협잡은 물론, 퇴거를 자행하는 다른 모든 수단에 반대한다.” [출처] www.cohre.org

▲ 주민들은 아파트 담벼락에 자신의 의견을 표현한다: “위협, 공포 조성, 협잡은 물론, 퇴거를 자행하는 다른 모든 수단에 반대한다.” [출처] www.cohre.org



3.4. 정부와 비국가 행위자의 주거권 의무

인권의 보호와 증진에 관한 주요 책임은 정부에 달려 있다. 그러나 (빈번하게 대형행사의 공식 후원자인) 기업과 같은 다른 행위자들도 국제 인권 규범 및 기준을 존중해야 한다는 국제 공동체의 기대가 커지고 있다. 대형행사를 후원하는 기업뿐만 아니라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FIFA 같이 대형행사를 조직하는 연맹도 이러한 흐름에 제외되지 않는다.

적절한 주거의 권리와 같은 인권은 점진적으로 실현 가능하지만, 이것이 내포하는 바는 이들 권리를 완전하게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무기한 연기될 수 있다는 뜻이 아니다. 게다가 적절한 주거의 권리를 실현하는 것에서 퇴보를 허용하지도 않으며, 이는 올림픽 대회와 같은 대형행사에 자원의 우선순위를 둬야 하는 상황에서도 그렇다. 나아가, 적절한 주거의 권리에는 즉각적으로 실현 가능한, 예를 들어 차별로부터의 보호 같은 측면이 많이 있다. 적절한 주거의 권리에 대한 핵심적인 측면은 존중하고, 보호하고, 실현할 의무로 범주화될 수 있다.


4. 대형행사와 주거권에 관한 결론

대형행사는 한 도시가 자신의 이미지를 증진하고, 투자에 대한 매력을 증진하며, 여행 목적지로서 자기 자신을 세계 지도에 올려놓는 기회가 된다. 대형행사는 발전을 위한 촉매제 역할을 하며, 보통 도심 부흥 및 고급 주택화로 특징지어진다. 그러나 이러한 과정의 혜택은 거의 공평하게 나누어지지 않는다 ― 빈곤층, 노숙인 및 기타 소수자들은 부정적인 부작용을 정면에서 감당하며, 긍정적인 주거 유산을 증진하는 방법으로 대형행사를 활용할 기회는 보통 소홀히 취급된다.

<베이징의 사례>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시작 전부터 강제퇴거로 얼룩지고 있다.

▲ 2008년 베이징 올림픽은 시작 전부터 강제퇴거로 얼룩지고 있다.



중국은 2008년 올림픽 대회를 통해 21세기의 진정한 강대국으로서 위상을 확고히 세우기 위해 애쓰고 있다. 지난 10년 동안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대회를 위한 준비는 베이징 지방 인구의 주거에 심대한 영향을 끼쳤으며, 이는 특히 대규모의 강제 퇴거와 이주 그리고 주거권을 옹호하는 이들에 대한 탄압을 통해 그러했다.

2007년 4월까지 적어도 125만 명이 이미 올림픽 대회에 따른 도시개발 결과로 이주되었으며, 이들 중 강제 퇴거당한 사람의 수는 알려지지 않았다. 올림픽 대회 전 마지막 해에 적어도 25만 명이 추가로 이주할 것으로 예상되며, 결과적으로 베이징에서 총 150만 명이 올림픽과 관련한 개발로 인해 이주되는 것이다. 올림픽과 관련한 개발로 이주된 사람의 총 인원 중에서, 매년 3만3000명 정도가 지속가능한 생계를 유지하다가 빈곤 또는 극빈으로 내몰렸는데, 그 이유는 이들의 집과 마을이 파괴되었기 때문이다.

IOC와 베이징 정부에 잘 조언하고 싶은 바는 둘이 힘을 합쳐 2008년까지의 해로운 이전 과정을 최소화하고, 아마도 보다 중요하게는, 베이징의 경험으로부터 교훈을 얻으라는 것인데, 이때 교훈이란 앞으로의 올림픽 대회는 취약 계층의 생활 조건과 생계 보장이 악화되지 않도록 확실히 하자는 것이다. 이에 따라 주거권과 강제퇴거 센터가 요청하는 기제는 IOC가 협상 불가능한 선정 기준으로 후보 도시가 올림픽 대회를 유치하면서 단기적으로든 장기적으로든 취약 집단의 주거에 심각하게 불리한 영향을 야기하지 않도록 약속할 것을 요구하라는 것이다.
덧붙임

범용, 우성희, 유해정님은 인권연구소 '창' 연구활동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