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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접대엔 안달, 공개엔 인색

취지 못 살린 청송교도소 공개


청송교정시설이 개방되고 나서 언론에 비친 청송은 인권침해가 거의 없어진 살만한 곳이었다. 하지만 직접 청송을 참관했던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이번 청송교정시설 개방이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었다고 지적한다.

청송교정시설 공개에 앞서 청송 출신의 김영수(44세, 97년 청송제2보호감호소 출소)씨는 “절대 가지 마라. 지금이라도 법무부 측에 어떤 어떤 곳을 보겠다고 요구하고 그것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가지 않는 것이 인권단체에게도 재소자에게도 좋다”며 참관을 극구 만류했다. 하지만 인권단체들은 청송시설을 직접 참관해 볼 필요가 있다는 판단과 청송교정시설이 언론에 잘못 비칠 수도 있다는 우려에 따라 참관을 결정하게 된다.


팡파르로 시작된 공개행사

하지만 청송교정시설 인근에서 점심시간을 갖게 되었을 때 교도소장들이 참관자들과 일일이 악수하는 모습과 예쁘게 차려입은 여자 교도관 4명과 2명의 남자 교도관들이 음식을 나르며 접대하는 모습. 그리고 청송교정시설에 도착하자마자 경비교도대 악대가 팡파르를 울리고 기자단 대표와 인권단체 대표에서 꽃다발을 증정했을 때, 인권단체 관계자들은 당혹감을 금치 못했다. 또한 일정에도 없는 태권도 시범이 벌어지면서 교도대원들이 “초전박살”을 외칠 때엔, 과연 경비교도대가 초전박살 내야할 대상이 누구를 의미하는지 의심케 하기도 했다.

한편, 교도관들은 참관단과 재소자들 간의 대화 한마디마다 제재를 가하면서도 자신들의 입장을 설명하는데는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 “폭언과 폭행은 있을 수 없다. 새 정부 들어서서 그러한 일들은 전혀 없다. 조세형과 신창원이 한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다. 봐라! 시설이 얼마나 잘 돼있는지. 열심히 일하고 있는 교도관들을 도둑놈의 말만 믿고 매도하지 말아달라”는 것이 교도관들의 항변이었다.


티켓다방 아가씨와의 항연

청송교정시설은 80년 쿠데타 세력들의 필요에 의해 제정된 사회보호법을 근거로 만들어졌으며 재범 이상의 상습자와 수감 횟수가 3번이 넘는 사람들을 수감하고 있다. 청송교도소에서 형기를 마친 사람들은 다시 보호감호 처분에 의해 청송제1감호소로 옮겨지고, 그들이 급수가 올라가면 다시 제2감호소에 수용되게 된다. 그러나 형벌에 의해 수용되는 교도소 생활과 감호처분에 의해 수용되는 감호소 생활이 확연히 달라야 함에도 불구하고 감호소와 교도소생활의 차이는 거의 드러나지 않았다.

한편 이번 행사에서는 함께 참관한 기자단에도 문제가 없지 않았다.

인권단체 참관자들을 민망하게 한 호텔 나이트클럽에서의 뒤풀이 자리에는 어디에서 불러왔는지 모르는 아가씨(뒤에 티켓다방 아가씨로 드러남)들과 몇몇 기자들 간의 향연이 밤늦게까지 이어졌다. 한 일간지 기자는 “이정도는 중간 정도의 접대”라며 당연하다는 입장을 보였고 “접대는 접대고 기사는 기사’”라며 접대가 별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었다.

그속에서 ‘열린 교정을 실현하고 인권 증진을 위해 개방한다’는 법무부 교정국의 청송교정시설 개방 취지는 전혀 찾아볼 틈이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