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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가난한 자들의 모임(Assembly of the Poor)>


이번 ‘서울국제민중회의’에 국내엔 널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태국 농촌빈민들의 투쟁을 이끌고 있는 <가난한 자들의 모임>이 참석해 눈길을 끌고 있다.

태국은 오랜 군사독재로 인한 권위주의의 지배와 IMF체제 하의 대량실업, 부의 불평등 등으로 특징지어지는 대표적인 아시아 국가다. 특히 태국의 농민들은 경제개발정책에서 지속적으로 소외되어 1:19에 달하는 도농간의 소득격차와 농지박탈, 부채 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95년 12월 14일, 이들 가난한 농민들은 도시에서 착취받는 노동자들과 함께 가난한 민중이 개발의 실질적인 수혜자가 되어야 하며, 자신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주요 정책의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한다는 내용의 ‘팍물선언’을 채택한다. 이 선언을 계기로 태국의 농민운동은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이하게 된다.

선언을 계기로 결성된 <가난한 자들의 모임>은 이후 가난한 사람들의 생존권과 참여의 권리를 실현하기 위한 대정부투쟁과 IMF로 대표되는 초국적자본에 맞선 투쟁을 전개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96년 방콕에서 개최된 ‘아시아유럽정상회담’(ASEM)에 맞서 민중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대륙간 경제협력의 철회를 촉구했다. 또 지난해에는 △빈민의 주택권 보장 △농민의 다국적기업과의 교섭권 보장 △토지의 공정한 분배 △국제협정 체결시 민중의 참여권 보장 △농가부채 상환연장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121개 요구안을 채택하고, 2만여 민중의 99일간에 걸친 대규모 반정부시위를 이끌기도 했다.

이러한 태국 민중들의 투쟁에도 불구하고 태국 정부는 여전히 “부자를 보호하고 빈자를 무시하는” 신자유주의적 경제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그러나 <가난한 자들의 모임>은 태국의 민중들에게 몇가지 주요한 성과를 안겨다 주었다. 농민들의 요구를 반영한 농업정책, 토지수용시 농민들에게 합당한 보상 제공, 작업장내 안전요건 강화 등이 바로 그것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가난한 자들의 모임>이 태국의 가난한 민중들에게 안겨다준 가장 큰 선물은 신자유주의와 부패한 정치권력의 지배에 맞서 자신들의 권리를 옹호하는 투쟁과 투쟁을 통한 성취의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