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하루소식

앰네스티 “국보법 유감” 표명

김 대통령 “멀지 않은 장래에 개정”


방한중인 피에르 싸네 국제앰네스티 사무총장은 9일 김대중 대통령과 가진 공식 면담에서 “한국의 국가보안법 악용에 대한 유감”을 표시했다.

이날 오전 11시부터 40여분간 청와대에서 진행된 면담에서 피에르 싸네 총장은 우선 국가보안법에 대한 앰네스티의 우려부터 표명했다. 싸네 총장은 “국가보안법이 매우 자의적으로 남용되고 있으며, 인권에 관한 국제기준에 조응하지 못하고 있고, 햇볕정책과도 모순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김 대통령은 “현 정권 아래서는 국가보안법이 남용되고 있지 않으며, 그런 남용을 용납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이어 김 대통령은 “멀지 않은 장래에 국가보안법을 개정하겠다”는 뜻을 거듭 강조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양심수 석방 및 준법서약제 도입 문제와 관련, 김 대통령은 “더 많은 양심수를 석방하려 했으나 반대가 많아 준법서약제를 도입했다”고 밝혔으며, “준법서약제 또한 반대가 많아 시정을 해야겠지만 현재는 준법서약제에 서명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싸네 총장은 “김 대통령이 정치적 부담을 염려하는 것 같았다”며 “그가 다른 해결책을 모색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고 밝혔다.

김 대통령은 또 사형제도에 대한 질문에 “개인적으로는 사형제도에 반대하나 당장 실현할 수는 없으며, 추후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싸네 총장은 “김 대통령 집권 동안에 사형집행이 없도록 해 달라”고 주문했다.

이날 면담을 마친 뒤 싸네 총장은 “김 대통령이 다른 나라의 정치 지도자들에 비해 매우 협력적이고 긍정적이라는 인상을 받았다”면서도 “정치적 입지를 의식하는 것 같다”고 평했다.
특히 국내 민간인권단체 및 인권피해자들과 직접 만날 것을 요구한 데 대해 김 대통령의 답변은 실망스러운 것이었다고 싸네 총장은 밝혔다.

한편, 앰네스티 관계자는 “국제앰네스티가 한국의 인권상황에 대해 우려하고 권고하는 내용을 담은 25매 분량의 보고서를 전달했으나, 대통령과의 면담 30분 전까지도 법무부측에서 대통령에게 보고서를 전달하지 말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고 밝혔다.

싸네 총장은 “국내 주요 인권문제들이 김 대통령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으며, 김 대통령의 의지나 지시 또한 하부기관에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방한 첫날 공식일정으로 이날 오전 김 대통령을 면담한 싸네 총장 일행은 오후 들어 외무부 및 국회 관계자들과 면담을 가졌고, 저녁에는 민간단체 관계자들과도 자리를 같이 했다.

외무부와의 면담시 앰네스티측은 국가인권위원회 설립 문제에 대해 “밀실작업을 하지 말고 그 내용을 민간단체에 공개할 것”을 주문했다.

이어 국회의원들도 앰네스티측과 진지한 대화를 나눴으나, 일부 국회의원은 “인권문제를 물고 늘어지는 것에 노골적인 불만”을 표시하기도 했으며, “한국 노동자들은 너무 많은 권리를 가지고 있다”는 망언을 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싸네 총장등 앰네스티 방한단은 오늘 오전 10시 내외신 기자회견을 갖는 것을 시작으로, 오후 2시 민가협 목요집회 참석, 오후 4시 법무부 장관 면담, 저녁 7시 세계인권선언 지지 한국 서명식(프레스센터) 참석 등의 일정을 갖는다. 11일엔 민가협 회원 및 김성만 씨등 출소 양심수와 면담을 갖고, 양대 노총 위원장과의 초청 오찬, 서울대학교에서의 강의를 끝으로 한국일정을 마치고 12일 출국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