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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경찰, 합법집회에 도발

5·30 집회, 불법검문·연행 무법천지


「고용·실업대책과 재벌개혁 및 IMF대응을 위한 범국민운동본부」(국본, 공동대표 김금수 등) 주최로 지난 5월 30일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제1차 국민대회가 경찰의 불법·폭력행위로 얼룩졌다.

이날 경찰은 서울역광장과 지하철 입구 계단 등 집회장 주변을 전투경찰로 에워싸고 집회장으로 향하거나 서울역광장을 지나치는 시민들에 대해 강압적으로 불심검문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적법절차에 따라 검문을 해줄 것을 요구하는 시민·학생들을 강제연행하고, 연행자들을 장시간 구금하는 등 불법행위를 일삼았다. 심지어 적법하게 검문할 것을 요구하는 불심검문 감시단원마저 강제 연행했다가 풀어주는 사태도 발생했다.

이와 관련, 집회에 참가한 김도형 변호사가 "왜 불법적으로 검문을 하냐"며 강력히 항의하자, 전경 지휘관은 "나도 왜 하는지 모른다"고 답변해 실소를 자아내기도 했다.

또한 불법검문에 항의하던 노동자와 학생 가운데 방패에 찍히고 곤봉에 맞아 부상을 입는 사람이 속출했다. 특히 지하철역 2번 출구 앞에서 불법검문을 막기 위해 항의하던 삼미특수강 노동자는 이빨이 부러지고 방패에 머리가 찢기는 부상을 당했다.

이같은 경찰의 집회장 봉쇄에 대해 집회 참석자들은 강한 몸싸움을 벌여 집회장으로 통하는 길을 뚫기도 했지만, 집회 내내 경찰의 불법행위는 끊이지 않았다.

한양대 사회과학부 장 아무개 씨는 검문에 응해 신분증을 보여주고도 경찰에 강제연행돼 12시간을 불법구금 당한 경우다. 장 씨는 "지방으로 내려가는 친구와의 약속 때문에 서울역에 왔다가 검문을 요구하길래 주민등록증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 학생증을 요구해 다시 학생증을 보여주었고, 그 다음엔 가방까지 뒤졌으며, 그 속에서 불심검문캠페인카드가 나온 것을 보고는 경찰차에 가뒀다"고 밝혔다. 그는 "경찰들이 신분도 밝히지 않은 '한총련 중앙간부지? 학생회 간부지?'라고 지껄이며 종암경찰서로 끌고 갔고, 각서를 써야 보내준다며 강압적으로 각서를 쓰게 했다"고 말했다.

또한 이날 집회장에선 인권운동사랑방 등 사회단체 회원들과 대학생 등이 '불법검문 감시단'을 구성해 경찰에 대한 항의행동을 펼쳤으나, 경찰은 감시단에 대해서도 폭력과 불법을 서슴지 않았다. '법대로 하자! 불심검문' 캠페인 팀장 이영태(인권운동사랑방) 씨는 오후 3시경 불법검문과 강제연행을 하고 있는 경찰에 항의하던 중 무작정 연행돼 이동파출소(경찰버스차량)에 1시간 가량 강제구금 당하기도 했다.

한편, 29일 한총련 출범식이 열린 서울대 주변에서도 불법검문과 강제연행에 따른 피해자가 잇따랐던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대 물리학과 김 아무개 씨는 "학교 정문 앞에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경찰에게 학생증이 없다고 하자, 다짜고짜 양쪽 팔을 붙들린 채 '닭장차'(이동파출소)로 끌려갔다"고 밝혔다. 김 씨는 이어 "경찰에게 '불법감금'이라고 항의했지만, 관악경찰서로 끌려갔고, 경찰서에 끌려온 학생들은 어느새 피의자로 분류되고 있었다"고 털어놨다. 김 씨에 따르면, 당시 경찰은 임의퇴거는 물론 전화연락조차 허용하지 않았으며, 이후 김 씨는 신분증을 제시하지 않았다는 이유만으로 수서경찰서로 다시 이송됐다가 새벽녘에야 풀려났다.

30일 집회를 주최한 국본측은 77명의 변호사로 구성된 공동변호인단을 통해 서울역에서의 불법검문에 대해 집회방해 명목으로 고소고발을 계획하는 등 강력히 대응해 나가기로 했다. 틈만나면 '시민의 편의'와 '합법'을 강조하던 '국민의 정부'가 이날 보여준 모습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폭력적 도발일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