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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구태 못 벗은 안기부

김형찬 씨 인권피해 증언 저지 기도

안기부가 구태를 못 벗은 채 자신의 허물을 감추기에 급급한 모습을 드러냈다. 5일 오후 6시 기독교회관에서 열린 '안기부의 김형찬 고문수사 진상규명과 안기부법 개정을 촉구하는 목요기도회'에서 김형찬(28·경희대 유전공학과 90학번) 씨는 안기부가 자신의 기도회 참석을 저지하기 위해 가족에게 압력을 넣은 사실을 폭로했다.

김 씨에 따르면, 안기부측은 이날 오전 김 씨의 기도회 참석 사실을 미리 알고 가족들에게 "조용히 처리하는 게 좋지 않겠냐"는 요지의 전화를 걸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로인해 가족들이 김 씨의 참석을 만류하기도 했으나, 김 씨는 "사건을 알리는 것이 필요해 기도회에 참석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지난 96년 12월 5일 수배자로 오인한 안기부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연행된 뒤 가혹수사를 받았으며, 그 과정에서 분신을 기도해 중상을 입고 1년여 동안 치료를 받아 왔다. 김 씨는 이날 기도회에서 "수사관들에게 무수한 구타를 당했으며, 그들이 강제로 지문을 찍어 신원을 확인한 뒤에는 '북에 다녀오지 않았느냐'며 나를 간첩으로 만들려했다"고 증언했다.

한편 이날 기도회 참석자들은 결의문을 통해 △고문 수사관 4명의 명단을 공개하고 이들을 즉각 수사할 것 △안기부법의 개정과 안기부 기능축소·예산 공개 등 개혁조치를 즉각 단행할 것 등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