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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안기부, 고문으로 장편소설 쓰나

“박충렬 씨 등 89년부터 ‘간첩’에 포섭, 활동해왔다”

「국가안전기획부」(부장 권영해, 안기부)가 잔인한 고문으로 한편의 장편소설을 엮으려 하는 것 같다. 안기부는 1주일동안 박충렬(36, 「민주주의민족통일 전국연합」 사무차장)․김태년(32, 성남 「미래청년회」 준비위원장)씨에게 계속 잠 안 재우기 고문을 가하면서 자백을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안기부는 이들을 포섭한 ‘간첩’이 누군지 언제 어디서 만나 포섭되었는지, 구체적으로 이들이 간첩활동을 했다면 그것은 어떤 것인지 전혀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21일 박씨와 김씨를 접견한 임종인 변호사는 “이들은 거의 잠을 자지 못해 자신이 무슨 조사를 받고 있는지 말하는 것도 어려울 정도로 횡설수설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고 전했다. 임 변호사에 의하면 안기부는 90년 간첩에 포섭되었다며 자백을 강요하던 지금까지와는 달리 박 씨 등이 89년 일자불상경에 성명불상의 40대 남자를 만나 포섭된 이후 간첩활동을 해왔다고 신문하고 있다고 한다.

안기부는 이른바 ‘부여간첩’ 김동식 씨가 남파되면서 무전기 3대, 공작금 4천만원을 가지고 내려와 경기도 남양주군 능내리 어느 묘지에 파묻은 것을 찾아냈고, 그중 ‘무전기 1대와 공작금은 박씨에게, 무전기 2대는 박씨의 하부 조직원에게 주려 했다’며 그 하부조직원을 대라고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안기부는 김씨가 사용한 무전기를 성남 「미래 청년회」 사무실 천장에서 15일 새벽 압수수색 때 찾아냈다고 한다. 그러나, 「미래청년회」 회원들에 의하면 이날 새벽 아무도 없는 사무실을 뜯고 들어왔고, 수많은 천정보드 중 한군데만 뜯겨져 있었다며 강하게 의문을 제기했다.

윤기원 변호사(전국연합 인권위원회 위원장)는 “사법부가 구체적인 시간과 인물도 밝히지 않은 구속영장을 발부해주고, 구속적부심도 기각해 안기부의 고문수사를 용인해줬다”며 “인간의 체력이 이 정도로 잠을 못 자면 한계에 도달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윤 변호사는 “사실 법적으로도 할 수 있는 일이 없어 답답하다”면서 다시 구속적부심을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1일 박씨와 김씨의 가족, 성남 미래청년회 준비위 회원 등 10여명이 안기부 앞에서 가족들의 면회와 구속자들의 석방을 요구하며 항의시위를 벌였으나, 안기부는 끝내 가족들의 면회를 거부했다.

한편, 전국연합, 민가협, 전대협 동우회 등 단체회원들은 오늘 10시 내곡동 안기부청사 앞에서 ‘고문수사의 중단’등을 요구하는 항의집회를 가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