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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서준식을 옭아맨 법률④ 국가보안법 7조 및 압수수색 관행

인권운동가 서준식 씨가 구속된 지 19일 현재 45일째를 맞는다. 그간 <인권하루소식>은 서준식 씨를 구속한 각종 법률들의 반인권적 요소를 살펴봤다. 그 마지막 순서로 서준식 씨에게 적용된 국가보안법 제7조 및 압수수색 과정에서의 문제점을 짚어본다<편집자주>.

“광범한 압수수색 뒤, 공안당국 입맛대로”

검찰은 서준식 씨를 기소하면서 국가보안법 제7조 1항(찬양․고무) 및 5항(이적표현물 제작․소지․배포등)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검찰은 인권영화제에서 <레드헌트>를 상영한 것이 바로 ‘반국가단체’를 찬양하고, 이적표현물을 배포한 행위라고 판단한 것이다. 그러나, 검찰은 이러한 법 적용이 모순임을 스스로 입증하고 말았다. 서부지검 김용호 검사는 “왜 부산영화제에서의 상영은 문제되지 않느냐”는 물음에 “<레드헌트>의 상영이 문제되는 게 아니라 서준식이 영화를 틀었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했다.

인권단체들은 물론, 국내의 양심적 세력이라고 불리는 사람 모두가 국보법을 악법으로 규정하는 까닭이 바로 이 점에 있다. 객관적 범죄사실을 떠나 공안당국의 입맛에 따라 자의적으로 사람을 처벌할 수 있는 법이 국가보안법이기 때문이다.

한편, 서준식 씨에 대한 혐의 가운데 하나가 박노해 시인의 시집 『참된 시작』을 취득․소지․보관한 ‘죄’라는 사실은 의미있게 짚어봐야 할 부분이다.

이 시집은 시중의 대형서점을 비롯해 전국 각지에서 판매되고 있는 것으로, 이 책을 취득․소지․보관한 사람이 부지기수라는 것은 입증할 필요조차 없는 사실이다.

또 한가지 문제는 『참된 시작』과 관련된 혐의가 서준식 씨의 당초 구속과는 상관없는 별건이라는 점이다. 그리고 이 별건의 혐의적용을 가능케 한 것은 부당한 압수수색 관행에 있다.

서 씨가 체포되던 날, 경찰은 인권운동사랑방과 서준식 씨의 자택 등 두 군데에 대한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이날 경찰이 제시한 압수수색 영장은 ‘레드헌트 관련 및 피의자 국보법 위반 등 피의사건 증거로 된 일체’였다. 경찰의 수사대상은 분명 <레드헌트>에 관련되어 있었지만, 당시 압수수색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자의적으로 진행되었다.

형사소송법 제10장 제114조에 따르면 “압수, 수색영장에는 피고인의 성명, 죄명, 압수할 물건, 수색할 장소, 신체, 물건, 발부 년월일, 유효기간과 그 기간을 경과하면 집행에 착수하지 못하며 영장을 반환하여야 한다는 취지…등을 기재해야”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그러나, 당시 경찰은 서준식 씨와는 무관한 인권운동사랑방 실무자의 디스켓, 인권하루소식 합본호, 인권교육용 비디오테입 등을 압수해 갔으며, 『참된 시작』도 그 중의 하나였다.

이처럼 공안당국이 자의적으로 확보한 압수물품을 근거로 별건의 혐의를 만들어내는 것은 드문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이미 여러 공안사건에서 이적단체 구성 또는 간첩 등의 무거운 혐의로 구속됐다가 단순 이적표현물 소지 등의 혐의로 처벌되는 사례를 볼 수 있었다.

또한 압수수색 과정에서 피의자의 참여를 차단하는 관행 역시 법률과 기본권을 위반하는 행위이다. 형사소송법 제10장 제121조는 “피고인 또는 변호인은 압수, 수색영장의 집행에 참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서준식 씨의 경우, 압수수색에 앞서 체포․연행됐으며 이에따라 압수수색 과정에 참여하지 못했다. 피의자의 참여는 부당한 압수수색을 방지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치이다.

이후 서준식 씨는 재판과정에서 부당한 압수수색 관행의 문제점을 지적할 예정이다. 또한 부당한 압수수색을 통해 수집된 물품의 증거능력에 대해서도 법정공방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