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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성명서> “인권운동가 서준식 대표의 체포는 인권에 대한 배반이다”


11월 4일 오후 5시, 경찰은 인권운동가인 서준식 인권운동사랑방 대표를 체포하고, 인권운동사랑방과 서준식 대표 자택에 대한 압수수색을 자행하였다.

정부가 ‘양심수가 하나도 없다’고 공언한 시점에 일어난 이러한 반인권적인 폭력의 근거는 무엇인가?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생명처럼 여긴 인권영화제를 열었다는 것이, 그 인권영화제가 사문화되어야할 사전심의를 거부하였다는 것이 이런 호들갑의 이유인가? 제주 4.3항쟁을 다룬 <레드 헌트>의 이적성 시비는 무엇에 근거한 것인가? 부산 국제영화제에서의 상영은 아무 문제없고 인권영화제에서 상영하는 것은 이적행위가 된단 말인가? 우리는 상식을 벗어난 공권력의 남용에 분노를 넘어서 할말을 잃을 지경이다.

우리는 이미 서울과 인천에서 부당한 공권력에 의해 인권영화제를 중단당한 바 있다. 그러나, 인권영화제는 이에 꺾이지 않고 본격적인 지방 순회 상영을 예정하고 있었다. 다음 상영지인 수원상영을 이틀 앞둔 시점에서 이같은 일이 벌어진 것은 영화제의 계속을 가로막으려는 당국의 치졸한 대응으로 볼 수 밖에 없다. 이번 사태는 이미 위헌 결정이 난 사전심의를 폭력을 통해서라도 유지하려는 보안기관의 안간힘이다. 또한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일괄심의를 거쳐 상영된 <레드 헌트>를 인권영화제 관련해서는 국가보안법상 이적표현물로 규정한 것은 국가보안법의 이중성을 명백하게 드러낸 처사이다. 국가보안법은 그 자의성이나 형평성의 상실을 여실히 드러냄으로써 태생적인 반인권성을 또 한번 증명하였다.

정부는 또한 ‘양심수가 하나도 없다’는 주장이 거짓임을 스스로 입증하였다. 멀리 볼 것 없이 국민들은 인권운동가인 서준식 대표의 체포를 보면서 양심수를 발견할 것이다. 대선정국 속에서 빚어지고 있는 공안몰이는 인권가해자로써의 정부의 얼굴을 국내 뿐 아니라 전세계에 여지없이 드러낼 것이다.

우리에겐 빼앗길 수 없는 인권과 그것을 지키려는 강한 의지가 있다. 우리에겐 이번 폭거를 자행한 이들이 결코 갖지 못할 인간의 법이 있다. 지방영화제의 모든 일정은 계속될 것이며, 서준식 대표를 비롯한 모든 양심수는 우리에게 돌아올 것이다.

우리는 오늘 <인권하루소식> 지령 1천호를 맞아 계획된 대로 기념행사를 치룰 것이다. 지령 1천호에 담긴 인권의지는 이번 사태를 계기로 더욱 날선 칼이 되어 인권억압의 현장을 내리칠 것이다. 인권에 대한 공권력의 도전은 결코 성공할 수 없음을 인권의 실현을 염원하는 모든 ‘인간’과 더불어 우리는 증명해내고야 말 것이다.

1997년 11월 5일
인권운동사랑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