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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학생운동 회생할 수 있다”

민변·민교협, ‘한총련’ 토론회

공안당국의 탄압, 국민들의 외면, 학생대중의 무관심 속에 위기를 맞고 있는 한총련. 이러한 학생운동의 위기를 극복하고 그 앞길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가 마련됐다.

5일 민주화를 위한 전국교수협의회(공동대표 유초하),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회장 최영도)은 각 사회단체 활동가들과 함께 종로성당 3층에서 ‘한총련과 학생운동의 과제’라는 주제로 토론회를 가졌다. 토론회 참석단체는 전국연합, 참여연대, 경실련, 민운탄범대위, 인권운동사랑방, 그리고 한총련 내 비주류로 분류되는 서울대총학생회와 전국학생운동추진본부 준비위원회 등이다. 그러나 한총련 주류의 경우, 지도부 전원이 수배중인 상황으로 인해 토론회에 참석하지 못했다.


학생운동의 위기진단

현 학생운동의 위기를 진단하는 토론자들의 시각은 대체로 “학생대중으로부터 유리된 지도부 및 한총련 지도부의 주관적 정세인식에 그 원인이 있다”는 것이었다. 김선웅 서울대 부총학생회장은 “한총련이 상층부 중심의 통일운동을 벌여온 데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으며, 강현욱(국민대) 전학추본 임시대표와 박수근 변호사 등은 “한총련이 주관적 정세인식 하에 전민항쟁 노선을 채택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따라 ‘국민과 학생대중 속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 대체적인 지적이었다.


대중 속으로

한총련 탄압의 대표적 구실이었던 ‘이적성과 폭력성’ 여부에 대해선 미묘한 시각차가 비치기도 했다.

박수근 변호사는 “정권의 원인제공과 과장․왜곡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폭력성이 국민대중으로부터 이해받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고 진단한 반면, 김영규(인하대) 교수는 “집회와 시위의 자유가 억압받고 있는 현실에서 운동의 대의와 대중공간을 지켜내기 위한 수단으로서의 학생폭력을 폭력일반의 문제로 비화시켜서는 안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북한추종세력이라는 비난과 관련해, 이태호 참여연대 기획부장, 강현욱 대표 등은 “한총련이 북한정권에 대한 비판도 수행해야 한다”고 주장한 반면, 최규엽 전국연합 정책위원장은 “북한에 대한 시각은 사상의 자유 차원에서 바라보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적․폭력성 여부, 미묘한 이견

한총련 주류의 비참석으로 인해 원론적인 토론에 그치는 한계를 나타내면서도, 한총련의 개혁과 학생운동의 회복에 대한 애정 어린 주문은 계속됐다.

민운탄범대위의 전용석(노동정치연대 의장) 씨는 “노동자와 민중들의 생생한 목소리에 적극적으로 결합하는 것”을 강조했으며, 이태호 기획실장은 “사회운동과의 구체적인 연대 속에서 학생운동 출신이 사회운동의 일꾼으로 이어지는 운동”을 제안했다. 또한 박래군 인권운동사랑방 사무국장은 “학생들 스스로 기본적인 인권의식을 회복하는 운동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라고 충고했으며, 박수근 변호사는 “한총련에 대한 민주진영의 적극적인 관심과 지원”을 호소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는 공안탄압분쇄대책위의 구성과 관련해 간단한 논쟁이 있었다.

최규엽 위원장과 김영규 교수는 한총련 와해기도와 함께 진행되고 있는 공안탄압과 관련해 공안탄압분쇄대책위를 구성하자고 제안했지만, 박래군 사무국장은 “현 시기 대책위를 구성해 보았자 끝까지 책임지지 못하는 유령단체로 귀결되고 말 것”이라며 “차라리 불심검문 거부운동 등 대다수 시민과 대학생들이 함께 할 수 있는 운동을 펼치는 것이 더 현실적일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