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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여론도 안 물어보고?

주민카드법, 국민합의 없이 통과 우려

정보독점과 국민 인권침해의 우려를 낳고 있는 전자주민카드제도가 과연 국민합의도 없이 시행되는가?

1일부터 열리는 임시국회에서 정부가 제출한 주민등록법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전자주민카드제도는 이제 법적근거를 갖추게 된다. 또한 정부는 이미 주민카드 제조설비를 도입키로 하는 등 제도의 시행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까지 제주도를 제외하곤 전자주민카드 시행에 대한 국민여론조차 형성되어 있지 않은 상황이어서, 자칫 국민합의를 배제한 채 제도가 도입될 우려가 짙어지고 있다.

한편, 내년 4월 전자주민카드제도가 시범실시되는 제주도에서는 전국에서 유일하게 정부가 주민들의 반대여론에 밀리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주의회, 주민카드 예산안 전액 삭감

지난달 19일 제주도의회 예결위원회는 제주도가 추가경정예산으로 제출한 전자주민카드 예산안 10억원을 전액 삭감함으로써 제도 시행에 일단 제동을 걸었다. 제민일보에 따르면, 예결위에 앞서 13일 열린 내무위에서 위원들은 “도민은 물론 국민저항이 상존하고, 더구나 아직 정부조차 관련 법안을 마련하지 않은 상황에서 주민카드 예산안을 올린 것은 민주주의의 절차를 무시한 것이며, 도민의 기본권과 관련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는 이유로 예산안을 전액 삭감키로 했다.


제주언론, 여론형성 적극 기여

또한, 제주대학교 지역조사위원회가 5월 19일부터 31일까지 제주시내 20대이상 성인 3백36명을 대상으로 의식실태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40%가 전자주민카드 실시에 반대하고 있으며, 찬성자는 34.8%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응답자의 5.7%만이 ‘전산망 시스템의 안정성이 높다’고 답해 국가 전산망에 대한 신뢰가 극히 낮은 것으로 드러났으며, 주민카드 시행의도에 대해 ‘국민편의’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8.3%, ‘행정편의’라고 응답한 사람은 30.6%에 달하는 등 정부의 견해를 대체적으로 수용하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응답자의 86%가 전자주민카드에 대해 ‘알고 있다’고 답변해 제주도 주민들이 전자주민카드제도에 대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렇듯 제주지역의 관심이 타지역에 비해 높은 것엔 지역언론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제주지역 언론들은 전자주민카드와 관련해 제주도측과, 의회, 사회단체들의 주장 및 움직임을 꼼꼼이 도민들에게 전달하고 있으며, 제도도입에 대한 지상 찬반논쟁을 마련하는 등 여론형성에 큰 몫을 담당하고 있다.


정부, 속전속결…사회단체, 거북이걸음

반면, 서울을 비롯한 여타지역의 관심도는 아직 미약한 수준인데, 현재까지 전자주민카드제 도입과 관련해 사회단체들이 지역차원의 대책위를 구성하거나 준비하고 있는 곳은 서울, 전북, 광주, 부산 지역 정도이다.
전북지역에서는 지난달 4일 전자주민카드 공청회를 개최한 데 이어, 오는 24일 20여 개 사회단체가 참여하는 「통합전자주민카드 시행 반대 및 프라이버시권 보호를 위한 전북지역 공동대책위원회」(상임대표 문규현 신부)를 발족시킬 예정이다.

광주지역에서도 인권지기,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빛고을정보공동체 등 인권단체 및 정보통신단체들이 중심이 돼 대책마련에 나서고 있다. 이들 단체는 1일 광주지역의 모든 사회단체에 공동대책위 구성을 위한 제안서를 보내기로 했으며, 오는 10일경 1차 준비모임을 구성할 계획을 갖고 있다. 또한 부산지역에서도 부산대, 부산정보연대 등이 주도하는 대책위원회가 구성돼 시민공청회를 준비하고 있으나, 아직까지 활동상황은 미미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자주민카드의 도입을 추진하는 정부의 움직임은 가속화하고 있지만, 여론형성에 일익을 담당해야 할 사회단체들은 거북이 걸음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