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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하루소식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맞선 노동자 저항의 시대로...

<발제문 요약> 김세균(서울대 교수) 한국노동이론정책연구소 소장


<편집자주> 이글은 28일 산업노동학회(회장 오세철)와 노동조합·기업경영분석 연구소(소장 김상곤)가 주최한 '정세전망과 노동운동 발전방향' 토론회에서 김세균 교수가 발표한 내용을 요약한 것이다. 총파업투쟁이 소강국면에 접어든 현 상황에서 '다음 단계의 준비'를 위한 '중간 정리'가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김 교수의 발표내용을 소개한다. 김 교수의 견해는 관련된 다양한 견해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덧붙인다.


날치기 사태가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은 무엇인가

첫째, 이번 사태의 핵심은 '근로기준법' 등의 형태로 미약하게나마 존재해온 경제적 민주주의를 그 기저로부터 뿌리뽑고, 노조의 자유로운 활동 등과 관계되는 사회적 민주주의를 크게 위축시키고 있는 노동관계법의 개악에 있다. 다시 말해, 개악안의 날치기 통과는 사회경제적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중심 축으로 하고, 정치적·절차적 민주주의에 대한 공격을 보조 축으로 하는 지배세력의 새로운 형태의 반동적 공세이다.

둘째, 이러한 새로운 형태의 반동적 공세(신자유주의적 공세)는 우리나라에서만 나타나고 있는 특별한 현상이 아니라, 80년대 이후 전 세계적 수준에서 나타나고 있는 지배세력들의 공세의 일환이며, 현 시기 세계자본주의체제의 보편적 현상이다(신자유주의는 탈규제화·자유화·민영화·유연화·개방화 등을 추진하면서 노동에 대한 공격을 그 핵심적인 내용으로 하고 있다).

셋째, 한편으로 우리나라에서는 다른 어떤 나라들보다 매우 강도 높고 노골적인 형태로 공세가 이뤄지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 이는 개악된 노동관계법의 내용이 노동자대중 전체를 벼랑끝으로 몰아넣는 내용을 담고 있고 민주적 노조운동의 전면적인 무력화를 지향하고 있으며, 변혁적 진보세력들을 탄압하는 기제인 국가보안법을 보다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해 안기부법의 개악을 동시에 시도한 데서 잘 드러난다.

넷째, 개악안의 날치기 통과는 87년 6월 범국민적 투쟁의 효과로서 이뤄진 그간의 '위로부터의 개혁'이 최종적으로 종결을 고하고, '밑으로부터'의 새로운 강력한 힘이 치솟아 오르지 않는 한 위로부터의 반동화를 저지하고 우리사회의 민주개혁을 전진시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는 것이었다.


이번 총파업투쟁은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 투쟁이다

이 투쟁은 87년 6월 투쟁과 7·8월 투쟁의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형태이다. 6월 투쟁은 보수야당이 헤게모니를 차지한 가운데 사회경제적 요구를 결여한 투쟁이었던 반면, 7·8월 노동자대 투쟁은 사회경제적 수준에서의 권리확보를 위한 자연발생적 투쟁이라는 한계를 지니고 있었다. 이와 달리 이번 투쟁은 노동자계급이 운동의 중심적 주체가 되는 가운데, 노동과 정치를 재결합시키고 이들의 사회경제적 요구와 정치적 요구를 결합시킨 새로운 형태의 민주주의 투쟁이었다.

또한 이 투쟁은 세계 도처에서 일어나고 있는 신자유주의적 공세에 대한 가장 본격적이고 대대적인 저항이었다는 특징을 지니며, 이 투쟁을 통해 한국의 노동자계급이 지배세력의 공세를 저지해내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세계 노동운동사에 하나의 획을 긋고 세계사의 흐름을 새롭게 전환시키는 데에 결정적으로 기여하는 기념비적 위업이 될 것이다.


총파업투쟁이 지닌 역사적 의의는 지대하다

이 투쟁 속에서 노동자들은 '악법철폐' '신한국당 해체' '김영삼 정권 퇴진'을 자신이 속한 기업과 업종 및 지역을 넘어서는 단일의 계급적 요구로서 제출하는 가운데 명실상부한 하나의 노동자계급으로 단결하는데 성공하고 있다.

또한, 민주노총이 한국노조운동의 전국적 구심체로서 굳건히 자리잡게 되었으며, 노동자계급이 우리사회의 민주와 진보를 주도하는 사회적 힘으로 급격히 부상하게 되었다. 한국의 사회운동은 청년학생이 주도하던 시대로부터 노동운동이사회운동을 주도하는 시대로 전환하게 되었다.

한국의 노동자계급은 세계 도처에서 행해지고 있는 반동적 공세에 대한 저항의 전형을 창출하면서 전세계 노동운동 발전의 새로운 기폭제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시대로 진입하게 되었다

이 시대는 지배세력의 신자유주의적 공세와 노동자계급의 저항이 맞부딪히는 시대로 특징지워질 것이다. 이는 대선에서 개혁부르주아적인 여당인사가 승리하든 또는 야당이 승리하든간에 우리 사회의 기본적인 대립구도가 될 것이다.

이른바 유연화·탈규제화 등으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적 이데올로기와 이를 뒷받침하는 가장 강력한 이데올로기로서의 '국가경쟁력강화 이데올로기'와 '시장관계예찬론' 및 '노사협조주의 이데올로기'가 반북·반공 이데올로기와 더불어 가장 중요한 지배이데올로기로서 기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노동운동에 있어 이러한 제반 이데올로기를 얼마만큼 극복해 나갈 것인가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를 것이다.